중국 철강사들의 ‘한국시장 넘보기’가 예사롭지 않다. 양국 철강산업의 수준으로는 중국이 아직도 한참 밑에 있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난 철강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30일 중국 수도강철은 “오는 9월 8일 서울힐튼호텔에서 사무실 개소식과 함께 본격적인 대한(對韓)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의 특수강업체인 동북특강인 지난 6월 국내 특수강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한 바 있으며 중국내 1위 철강사인 보산강철의 한국지사도 국내에서 활동중이다. 수도강철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 사무소는 앞으로 한국 대리점 개설을 비롯한 영업망 확충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한국시장에 중국산 철강 공급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도강철은 지난 해 말 기준 조강생산량 847만톤, 강재생산 819만톤의 중국내 4위 철강기업으로, 남미의 수강페루철광 등 해외 기업을 포함해 80개 이상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판재류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힘을 기울여 2006년까지 냉연 150만톤, 열연 400만톤, 칼라강판 17만톤, 아연도금강판 18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신설하거나 추진중이다. 중국내 조강생산량 기준 5위권인 안산강철과 본계강철도 조만간 한국에 판매거점을 확보할 움직임이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이 철강제품 최대 수출국인 한국시장을 겨냥해 현지 사무소 개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안산강철과 본계강철 등도 수도강철의 서울 진입 소식을 접하고 대리점 개설 등을 위한 현지 사무소 개소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철강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의 한국 지사 설립은 지난 96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철강사의 한국 지사 설립은 과거의 국내 시장의 정보와 기술 수집 차원에서 판매 창구로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공습막을 정부 특단대책 필요" ● 국내 철강업계 반응 "중국 철강업체들의 국내시장 공습에 대해 정부의 특단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철강업계들이 중국 철강사의 국내 진출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물량은 국내에서 공급 과잉을 보이고 있는 철근과 냉연강판에 집중돼 있다"며 "중국산 공습을 막기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무차별적으로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는 중국산 물량의 가격 메리트를 상쇄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은 철강제품에 대해 KS인증 절차를 반드시 받도록 돼 있는 반면 중국산은 품질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며 "철강 수요업체들은 인증절차를 밟지 않아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철강제품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마구 수입해 오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페인의 경우 수입되는 모든 철강제품에 대해 1년 이상의 시간과 3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인증 절차를 밟도록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중국 업체들이 제멋대로 활개치도록 국내 철강시장을 무방비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제품은 지난 2001년의 104만톤에서 지난해 말 433만톤을 기록, 4년만에 300%를 웃돌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