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술도 한류 바람

美 콜로라도大 미술관 '키핑 잇 리얼' 展<br>이형구·정연두 등 현대미술 대표작가 참여<br>현지 언론 잇단 호평속 5월12일까지 열려

이형구 ‘아니마투스(Animatus)’

이재이 ‘북극곰’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볼더(Boulder)는 중산층 이상 백인들이 대부분인 전형적 미국도시. 한국 사람은 물론 동양인조차 드문 지역이다. 그런 볼더가 요즘 '한국미술'로 뜨겁다.

이곳에 위치한 콜로라도대학 미술관(CUAM)에서는 '키핑 잇 리얼(Keeping it Real)'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멀티미디어 표현 시대의 한국 미술가들(Korean Artists in the Age of Multi-Media Representation)'이라는 부제 아래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난달 2일 열린 전시개막식에는 눈이 60㎝나 내리는 폭설에도 불구하고 현지 미술관계자들이 400명이나 관람했으며 이후 현지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설치작가 이형구의 신작이 관객을 맞는다. 이형구는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단독 대표작가였으며 그의 대표작인 '아니마투스' 시리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만화 캐릭터를 해부학적으로 탐구해 역설적 실존을 이야기 한다.


뉴욕현대미술관(MoMA)가 백남준 이후 두번째로 한국작가의 영상작품을 구입,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 정연두의 사진과 비디오작품도 전시 중이다. 정연두는 그룹전으로 진행된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으며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중인 이재이는 착시와 환영을 이용한 '진짜같은 가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는 제2회 두산 연강예술상 미술부문 수상자이다. 또 지난해 대안공간루프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송은문화재단의 송은미술대상 수상자인 한경우도 신작을 선보였다. 이들 외에도 곽선경, 김신일, 신기운, 지용호 등 총 8명이 참여해 한국의 생생한 현대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



이번 전시는 콜로라도대학에 미술사학과에 재직 중인 박종필 교수의 기획으로 성사됐다. 기획 준비에만 4년 이상, 뉴욕에서 만난 한국작가만 80여 명에 이른다. 박 교수는 "기존의 한국작가 중 일부는 동양적 소재가 환영받는다는 진부한 생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했었으나 현재의 젊은작가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전시회와 관련 "한국 작가들의 작업처럼 보이지 않는 작품을 통해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의 한국미술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한국작가들의 동등한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실화 시킨다'는 뜻의 전시제목 '키핑 잇 리얼'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아우르는 의미도 있지만, 속어로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보여줘"라고 쓰여 성사가 어려웠던 전시를 실현했다는 숨은 뜻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대도시 뉴욕이나 LA가 아닌 미대륙 한복판에서 열렸다는 점, 특히 대학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지로 개최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세계대학순위 100위 안에 드는 콜로라도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가 6명이나 현지 교수로 있는 명문이다. 때문에 이번 전시 포스터와 도록은 미국 전역의 모든 미술관ㆍ박물관에 배포돼 한국미술을 알리는 영문서적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미술 한류'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전시는 5월12일까지 계속된다.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