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서 정가제' 이젠 해결하자

“아직도 정가 주고 서점에서 책을 사세요?” 서점에서 책을 사는 데 길들여진 기성 세대들을 보고 요즘 젊은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시간을 들여 서점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책을, 그것도 10% 이상 싸게 살 수 있는데 왜 서점을 찾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 젊은이의 생각이다. 인터넷 서점이 등장한 후 책 구매 양상이 크게 변하면서 중소 규모의 동네 서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할인판매를 비롯해 무료배송, 마일리지 제공 등 온라인 서점의 막강한 마케팅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판업체들도 이들 인터넷 서점으로부터 은근히 위협을 받고 있다. 중견 출판사 사장들조차도 덩치 큰 인터넷 서점의 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출판문화협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출판저널은 최근호에서 내년 출판계 최대 과제로 도서정가제를 꼽았다. 불법 복제, 무분별한 해외서적 유입, 저작권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출판업계가 이젠 도서정가제 문제까지 겹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형국이다. 서점계와 출판업계의 반발로 지난 2003년부터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책의 경우 재고 도서로 간주해 정가의 10% 내에서 책값을 할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 이 법안은 유명무실하다. 얼마 전 국회에 ‘도서정가제’를 골격으로 한 출판 및 인쇄 진흥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네티즌과 온라인 서점의 반발과 국회 문광위 안의 이견 때문에 결국 마무리되지 못했다. 관련 업계들도 개정안 상정과 함께 도서정가제를 놓고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중소 서점과 출판업계는 자신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완전 도서정가제를 고집하고 온라인 서점은 시장의 논리만 들먹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독자들은 정가제를 둘러싼 대립에 냉소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자들은 인터넷 매개체를 통한 새로운 독서 문화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으려 하는데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출판은 독자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 이젠 도서정가제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두고 과연 독자들이 책을 더 사랑하고 책을 더 많이 살 수 있게 하는 길이 무엇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해답도 바로 독자들의 마음에 있다. 출판업계의 해묵은 숙제, 내년에는 묵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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