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원칙 모호한 우리금융 민영화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영 개운하지 않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가 참여하길 원했지만 결국 사모펀드만 참여했다. 여론만을 보면 사모펀드에는 여전히 '금지딱지'가 떨어지지 않았다. 당국자 사이에도 딱히 팔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 틈을 타 정치권은 국민주 방식을 제안하는 등 매각 절차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무미건조함을 넘어 이상야릇함마저 느끼게 하는 게임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이 조성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정부가 할 일은 단순하다. 어느 시점에 팔든 원칙을 지키되, 원칙이 틀렸다면 과감하게 이를 버리는 '용기'를 보여주는 일이다. 그럴 자신도 없이 무의미한 게임을 이어가는 것은 비겁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게임의 룰'에 따르면 지주사들은 물론 사모펀드도 참여할 수 있다. 그 결과 사모펀드만 들어왔다. 물론 국민 머리에는 론스타의 악령이 휘감고 있다. 사모펀드가 수익만 빼먹을까 봐 걱정한다. 국민은 원칙 자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지금 바로 이 점을 두려워한다. 자신들이 만든 원칙을 스스로 깨기도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사모펀드 한 곳을 선정할 수도 있고 모두 자격 미달로 판정해 매각을 보류할 수도 있다. 다만 기준이 되는 원칙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결정이든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다. 사모펀드를 배제한다면 분명한 이유를 말해야 한다. 여론을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면 당국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드는 일이다. 사모펀드에 넘기면 후폭풍이 불겠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설명 없이 배제한다면 그 또한 정부의 신뢰에 먹칠하는 행위다. 정부는 이미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내 지주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다 실패해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만약 이번에 명확한 근거 없이 결정을 내린다면 신뢰 하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매각의 성사여부를 떠나 합리성 있는 원칙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예비 입찰이 마감되는 순간 이래저래 욕을 먹게 돼 있다. 결국 길은 욕을 최대한 덜 먹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지금은 바로 이 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