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有責)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소송을 법원이 이례적으로 허용해 대법원 최종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녀 보호 등을 이유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태 자체를 주된 이혼 사유’로 삼는 ‘파탄주의’를 반영한 판결이 일부 나오고 있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관계도 바뀐 만큼 이혼법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광주고법 제1가사부(부장 선재성)는 A(42ㆍ여)씨가 남편 B(46)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혼을 불허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이혼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1990년 혼인신고 후 2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불화에 시달렸고 A씨는 결국 1997년 가출해 다른 남자와 동거해 아이를 낳았다. A씨는 혼인생활 파탄 등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유책 배우자의 청구라는 이유 등으로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파탄의 주된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별거기간이 길고 A씨가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신생아는 장애가 있어 A씨의 양육이 필수적이다”라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부(판사 이옥형)는 지난해 11월 “배우자의 책임을 따지기 어려워도 혼인파탄 자체가 이혼 사유”라며 파탄주의를 반영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