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부소초장 "왜 하필 동민이를 이곳에…"
김일병-최하사 함께 같은 군영창 수감…유족들 "최하사 구명운동"
"왜 하필 부대원들을 죽인 동민이를 옆방에 뒀는지.."
경기도 연천 최전방 G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부대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김동민(22) 일병과 구사일생 살아남은 부소초장 최모(24) 하사가 3군사령부 헌병대 영창에 함께 수용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김 일병과 최 하사가 지난 달 20일 3군사령부 헌병대로 이송돼 영창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3군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서지 않았는데도 근무했다고 허위 기재한 혐의(명령위반)로 구속된 최 하사가 김 일병과 같은 곳에 수감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하사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하사의 가족들은 "(최 하사가) 몹시 불안해 하며 눈물도 흘리고 힘들어 했다.
7월31일 면회 갔을 때는 김 일병이 바로 옆방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동고동락하다가 하루 아침에 '야수'로 돌변한 부하가 같은 곳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에 최 하사의 심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게 가족들의 전언이다.
최 하사의 작은 형은 "동생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워하다가 정신병이나 얻지 않을는지, 부모님께서 너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안타까움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동생이 세 번째 면회 때는 눈물을 보이더군요. 형과 누나에게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 '새벽이면 눈이 뜨이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최 하사의 수첩에는 '000 코감기, 000 목.코감기, 000 왼쪽 허벅지 근육통, 000좌측다리 외진요망, 000 발가락 타박상..' 등 고인이 된 부대원들의 건강이나 생일등이 꼼꼼히 메모되어 있었다고 가족들은 덧붙였다.
두 사람을 같은 곳에 수감한 3군사령부측도 여간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 듯한 눈치다.
3군사령부 헌병대는 행여 두 사람이 마주치지 않도록 김 일병은 사병영창에, 최하사는 간부영창에 각각 분리해 수감해 놓았다.
육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밥을 먹을때도 시간을 달리하는 등 최 하사의 심적 고통을 덜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군 총기사고 대책위원회'의 조두하 위원장은 "유족들은 이번 사고에 따른 제2의 피해자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생존 소대원에 대한 배려와 최 하사 구명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공문을 국방부에 접수시켰다"며 "생존 소대원들의 후방배치 또는 공익근무로의 전환, 사회에서 병원치료 보장, 조기 전역 등의 특별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하사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3군사령부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으며 재판부는 이달 5일 보석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보석이 허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과 최 하사의 군사재판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입력시간 : 2005/08/03 0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