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의 경영난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의 경영진단에서는 살아 남았지만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문제는 경영진단으로 끝난 게 아니라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7곳의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보여주는 '커버리지레이쇼(Coverage Ratio)'를 알아본 결과 솔로몬ㆍ한국 등 5개사의 비율이 4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이 5조원대에 이르는 솔로몬은 지난 6월 말 현재 커버리지레이쇼가 48.8%에 그쳤다. 지난해 6월 말에는 59.2% 수준이었다. 경기(43.3%), 한국(43.8%), 진흥(45.9%), HK(48.5) 등도 커버리지레이쇼가 모두 40%선이었다. 현대스위스(61.1%)와 미래(71.2%) 정도만 상대적으로 커버리지레이쇼가 높았다. 업계에서는 현재 대형 저축은행의 커버리지레이쇼가 지나치게 낮다고 말한다.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충당금)이 약해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면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2008년 저축은행들에 커버리지레이쇼를 100% 이상으로 맞추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시중은행들은 커버리지레이쇼가 보통 100%를 웃돈다. 지난달 영업정지를 당한 토마토와 제일의 커버리지레이쇼는 각각 47.7%, 64.9%였다. 문제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의 실제 커버리지레이쇼는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솔로몬(6,994억원), 현대스위스(3,969억원), 한국(3,198억원) 등 대형사들은 수천억원의 PF를 캠코에 판 뒤 충당금은 몇 년에 걸쳐 나눠 쌓을 수 있도록 혜택을 받았다. 금융감독 당국도 저축은행의 커버리지레이쇼가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아 적자폭이 대규모로 늘어날 경우 상당수 업체가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좋지만 그만한 체력이 안 된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대형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커버리지레이쇼는 건전성을 따지는 여러 지표 중 하나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고정이하여신도 그 수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는 비율이 달라 상대적으로 커버리지레이쇼가 적게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커버리지레이쇼란=대손충당금 적립잔액을 부실 여신(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것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미리 쌓아둔 충당금이 많아 추가 손실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