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게임을 잘하는 것은 게임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용준(44ㆍ사진)캐스터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승부를 가르는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린 지 이제 갓 10년이 지났지만 여느 스포츠 종목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e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전 캐스트는 지난 1999년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시작으로 15년째 e스포츠 전문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게임팬 사이에서는 '용준좌'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전 캐스트는 1998년 경인방송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스포츠 마니아였던 그는 당시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야구중계를 맡아 특유의 입담과 재치 있는 진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고 경인방송이 지상파 방송 최초로 게임 경기를 중계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 캐스트는 "게임이라고는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테트리스나 철권 같은 것을 해본 것이 다였는데 인터넷을 통해 상대방과 겨루는 온라인 게임은 하나의 충격이었다"며 "게임 중계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게임 캐스터로 나섰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e스포츠가 활성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난 전 캐스트는 이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전향해 15년째 e스포츠 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곁에서 지켜본 프로게이머만 1,000명이 넘는다. 지난 2010년에는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나 e스포츠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 캐스트는 국산 게임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 활성화가 무엇보다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e스포츠 강국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 등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해오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국가별 대항전에서 정상을 놓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e스포츠가 기본적으로 손을 이용하기 때문에 젓가락 문화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특성이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 캐스터는 "일찌감치 e스포츠단을 통해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캐스트는 최근 정부의 잇따른 게임산업 규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통해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자식이 아프면 부모가 의사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는 부모도 아이와 소통하려면 게임을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 캐스트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프로게이머는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며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려면 은퇴 이후에도 코치와 해설자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