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구제역 사태를 전화위복 계기로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돼 간다. 2월16일 기준으로 10개 시ㆍ도 71개 시ㆍ군의 5,900여 농가로 번졌고, 335만여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정부가 발표한 구제역 관련 소요예산이 2조4천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부실 매몰지에 의한 2차 환경오염이 걱정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구제역은 가축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잡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고 있고 급기야 자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많은 공무원들이 계속되는 구제역 방역 작업으로 극심한 피로와 부상을 호소한다. 구제역 재앙은 들불처럼 번져 축산 농가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이제 그 여파는 파도처럼 번져 국민 경제 곳곳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한 가족처럼 살던 이웃이 구제역 발생으로 인하여 원망과 모함이 오가는 사이로 변했고, 일부 도시민은 구제역 발생 책임을 축산농가에게 지워야 한다며 축산 농가를 비난한다. 안 될 말이다. 이웃 간 앙숙이 되고, 도시와 농촌이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축산 농가들의 가슴 속에는 하루 종일 보살피던 소와 돼지들이 응어리가 돼 뭉쳤다. 자식을 먼저 보낸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축산 농가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축산 시장의 불안정한 틈을 타 수입산 시장이 확대되어 국내 축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충분히 불안해 할만하다. 삼겹살값이 치솟자 식당가에는 수입산 돼지고기가 판을 치고 있다.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사례도 생겼다. 축산농가로서는 이러한 현실이 고통스럽고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축산 농가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줘야 한다. 지금 당장 급하다고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수입물량을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국민에게 국내 농축산물이 비싸지면 언제든지 수입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서는 곤란하다. 국내축산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애정이 식어 버리고, 수입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면, 우리 축산업의 미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동안 우리 축산 농가들은 수입축산물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안전한 국민의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 고전분투해오지 않았는가. 조금만 더 세심한 배려와 축산농가에 대한 응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제역 확산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차후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재앙이 발생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한국형 가축복지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축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온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기보다는 이번이 우리 축산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