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투신, 순매도 올들어 3조6천억

지난주 주식시장은 주가가 93포인트나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타며 점차 안정세로 접어든 양상이다.하지만 투신권의 발걸음은 주식시장과는 정 반대 방향이다. 폭락장세엔 주식을 좀 사두더니만 주가가 오를만하면 엄청난 물량을 내다팔아 주가 끌어내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주식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 게시판마다 투신권의 매도공세를 성토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투신이 하는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판을 깨자는 거냐』『도대체 뭐하는 X들이냐』등. 지난주 상황을 보자. 사상최대의 폭락장세를 연출했던 17일엔 증시살리기를부르짖으며 2,4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하지만 역시였다. 혹시나 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다음날 뛰어들어 주가를 60포인트 이상 올려놨지만 투신권은 이때다 하며 1,000억 가까운 주식을 순수하게 팔아치워 주가를 30포인트대로 잡아내렸다. 오전장에는 2,000억원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 다음날에도 1,390억원의 순매도 공세를 펼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올들어 투신권의 매매동향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투신권 전체가 순수하게 판 주식 규모는 3조6,000억원 가량. 5,879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1월을 제외하곤 2월(-1조5,241억), 3월(-2조1,957억), 4월(-4,600억) 줄곧 가파른 내리막길을 질주중이다. 수탁고 현황이 온전할 리 없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인 작년 7월께 투신권 수탁고는 257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20일 현재 168조원으로 약 30%가 줄었다. 10개월사이에 무려 90조여원이 빠져 나간 셈이다. 주식에다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의 잔고는 갈수록 텅텅비고 있다. 20일 현재 66조여원이다. 외형상 작년 월말(55조5,000억)에 비해 약 11조5,000억원 늘어났다. 하지만 알맹이는 그 반대다. 주식형으로 분류되긴 하나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후순위채(CBO)펀드와 하이일드펀드로 유입된 자금(약 17조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5조5,0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공사채형펀드에서 주식형펀드로 전환한 11조원을 감안하면 실제 주식형펀드는 17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공사채형 수익증권잔고도 지난해말(128조)에 비해 34조원이나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투신권의 매도공세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데 있다. 환매해야할 물량이 아직도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대략 2조2,500억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주식편입비율을 평균 40%로 잡는다면 9,000억원을 팔아치워야 한다는 설명. 20일 현재까지 4,600억원어치를 팔았으니까 아직도 5,000억원 이상을 더 매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지난해 4월에서 7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설정된 뮤추얼펀드 만기물량도 상당한 환매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적어도 만기가 지나 펀드 규모가 줄어드는 5~6월은 돼야 투신권 순매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준석기자JSHONG@SED.CO.KR 입력시간 2000/04/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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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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