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과 9월 국내 증시는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며 두 달에 걸쳐 무려 거의 6조원 가까이 무자비하게 자금을 빼내가는 외국인들을 보며 많은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놓고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휘둘리는 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증시 버팀목'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의 기관투자자들은 제 역할을 좀 했을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최근 증시 안정을 이끈 주인공은 일반 기관투자자가 결코 아니다. 주역은 정부(연기금)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10월 이후 각각 2조원과 1조5,000억원을 쏟아부으며 증시가 안정을 찾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기금을 제외한 펀드ㆍ보험ㆍ은행 등 일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액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연기금과 외국인이 만들어 놓은 증시 흐름에 얹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도 이들이 투자 전략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주가가 낮은 종목을 샀다가 오르면 팔고 다시 다른 종목을 사고 이것이 오르면 다시 팔고 또 사고…. 마치 '돈 놓고 돈 먹는'도박판을 보는 느낌이다. 이를 두고 '순환매'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 어디에도 '투자'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그냥 투기일 따름이다. 우리가 바라는 기관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장기투자를 통해 우리 증시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이를 통해 자본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관이 지금 우리 옆에는 없다. 얼마 전 예탁결제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1982년 삼성전자 주식을 30만원에 샀던 한 자영업자가 보유 사실 자체를 잊고 있다가 30년이 지난 최근 생각이 나 찾아보니 1억원이 넘는 거금으로 둔갑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투자한 사실조차 잊어버린 그런 투자가 결국 큰 이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를 두고 농담처럼 내뱉은 한 지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이 이렇게 투자를 했으면 우리 증시가 이 모양 이 꼴은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