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학위취득을 위해 회사의 핵심 정보기술을 해외로 유출했더라도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만큼 유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판사는 29일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관련 핵심기술을 빼내 외국대학 박사학위 논문 취득에 이용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레이저 장비 생산업체 D사 전 연구과장 최모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취득한 기술자료를 박사과정 지원 및 논문작성 등 순수한 학문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지도교수가 해외 경쟁업체의 자문을 맡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술유출이 이뤄질 수 있음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 제정 취지에 비춰 처벌이 가능한 ‘부당한 목적’의 범위에는 기술유출을 통해 얻는 경제적 영리 이외에도 학위취득을 통한 개인의 이익 역시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초범인데다 기술유출을 통해 얻은 경제적 실익이 없으며 이미 D사에서는 피고인이 몰래 가지고 나가려 한 기술보다 한발 앞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대전 대덕단지에 위치한 D사에서 지난 99년부터 일해온 최씨는 지난해 9월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D사가 개발한 17.5기가바이트(단행본 책자 22만5,000권 분량) 상당의 TFT-LCD 관련 핵심기술을 개인용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반출하려다 공항에서 검거된 뒤 올 1월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