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D사가 미얀마에 1,600억원대의 포탄 제조설비와 전략물자를 불법 수출한 사실이 적발돼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마얀마에 포탄 단조 및 성형공장을 건설하고 충격신관ㆍ관성시험기 등 전략물자 33종을 포함한 제조장비 480종을 수출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 D사 임원에게 징역형과 벌금형, 여기에 연루된 또 다른 D사의 전현직 임원에게 5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4월에 ‘전략물자’를 함부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한 대외무역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이 문제가 기업들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전략물자 의심 품목은 약 1,800개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품목의 16%에 달한다. 특히 테니스 라켓, 골프채, 자동차 도색용 페인트, 백열전구 필라멘트 등의 일상용품도 자칫 전략물자로 판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테니스 라켓은 탄소섬유로, 자동차 페인트는 로켓 추진 발사연료 등으로 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강화로 전략물자의 수출허가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10월까지의 허가건수는 1,0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8건에 비해 94% 증가했다. 허가 금액 역시 16억5,000만달러로 전년(4억4,000만 달러)보다 277%나 급증했다. 하지만 D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불법수출도 여전하다. 한 중소 무역회사 대표인 A모씨는 최근 우라늄 농축이나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포타슘 비플로라이드를 중동 국가에 밀반출하려다 적발됐다. 중국에서 25톤을 들여온 뒤 이중 15톤을 목재방부제인 것처럼 수출서류를 꾸미는 수법을 썼지만 결국 감시망에 걸렸다. 조성균 산자부 전략물자관리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략물자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자를 비롯해 자동차ㆍ기계ㆍ중공업ㆍ철강ㆍ석유화학ㆍ종합상사 등 국내 주요 업계의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조 팀장은 이어 “최근 전략물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며 “수출에 성공했더라도 몇 년이 지난 뒤 불법수출 사례가 적발되면 해당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략물자에 대해 가장 민감한 미국이 더 강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미국은 위반기업에 대해 최장 25년간 무역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30여개국 400개 이상 업체가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다. ◇전략물자=대량살상무기 등의 개발ㆍ제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는 물품과 기술ㆍ소프트웨어를 통칭한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 참여한 바세나르 체제, 핵공급국그룹, 미사일기술 체제, 호주그룹 등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에서 품목을 결정하며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유통 또는 수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