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제왕적이지 않은 CEO

미국 거대 기업의 최고위직은 ‘파리목숨(a sinecure)’이라는 인식이 최근 몇 주 동안 다시 증명됐다. 브리스톨마이어스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돌란이 지난주 화요일 해고됐다. 패트리샤 던 휴렛패커드(HP) 회장도 내년 1월 교체하기로 지난주 결정됐다. 이런 일들이 포춘 100대 기업들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CEO는 너무 제왕적’이라고 불리웠다. 이사회를 사유화하고 어떤 감시나 업무 고려도 없이 과도한 봉급을 받는다고 지적됐다. 최근에는 그 반대가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 잘하거나 아니면 죽거나이다. 인식의 변화는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됐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주주들이 행복해 할 때 CEO들은 보다 많은 재량권을 얻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상황이 변했다. 월드컴의 파산을 지켜보면서 기업 이사회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 책임은 뭐지”가 잠재적 이사들의 첫번째 질문이다. 그들은 월드컴 이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난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CEO의 교체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 CEO들은 평균 10여년을 근무했으나 오늘날은 겨우 4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무도 지금이 CEO들을 위한 위로파티를 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CEO들은 이미 충분히 보상받았고 여전히 사무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후 자리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지배구조의 다양화 시도가 몇 번이나 있었다. 포드씨는 CEO 및 이사회 의장일 뿐만 아니라 포드자동차 창립 가문의 후손이다. 하지만 이것도 그가 퇴진하고 외부인을 그의 후계자로 삼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HP이사회도 던을 해고하고 마크 허드로 회장을 교체하면서 CEO를 겸하도록 했다. 허드의 지명에 앞서 HP 이사회가 보여준 기능장애를 감안하면 회장과 CEO의 지위가 분리됐던 앞서의 지배구조가 미국 기업문화의 어떤 변화를 대표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 CEO와 회장직의 분리가 좋은 효과를 본 경우도 물론 많다. 그러나 최고의 조직형태나 미국기업을 고칠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업들 각자는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발견해왔다. 이런 다양성과 실험이 오랫동안 미국 기업들에 세계 최고로서의 유연성을 보장해왔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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