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암 엇갈리는 외국 여성CEO

외국기업의 여성 CEO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잘 나가는' CEO로 관심을 끌었던 여성들이 경영상의 문제로 수난을 겪는가 하면, 오프라 윈프리나 안드레아 정 등은 성공한 차세대 여성CEO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HP의 피오리나 사장은 최근 컴팩과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컴팩의 합병안을 0.5% 차이로 가까스로 통과시키긴 했지만 대주주인 휴렛가와 직원들의 반발이 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월터 휴렛은 지난달 28일 재투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퇴직금을 갖고있는 HP의 상위 임직원들의 보유주식 3,400만주 가운데 75%가 합병 반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주총서 컴팩과의 합병 표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주총 전에 최고재무책임자 밥 웨이먼에게 음성메일로 투자기관의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비상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복사기업체 제록스의 여성CEO로 기용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멀케이도 사정은 마찬가지. 제록스가 지난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를 받아 기소되면서 난관에 처했다. 제록스는 97년부터 2000년까지 매출은 30억 달러, 세전이익은 15억 달러 가량 과다계상한 혐의를 받아 사상최대 규모인 1,000만 달러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에 따라 제록스는 4년간의 실적을 재발표하기로 했지만 투명성에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이에 반해 안드레아 정은 99년부터 미국 미용관련업체 에이본프로덕츠의 여성CEO로 발탁돼 활발한 해외시장 개척과 브랜드 이미지 혁신을 통해 에이본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2세의 젊은 여성CEO 안드레아는 그 동안 미국내 화장품 시장에만 치중해온 전략을 과감히 탈피, 해외로 눈을 돌렸다. 또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도 발굴해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던 이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안드레아는 지난해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가'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토크쇼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도 엔터테인먼트사 하포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로서 역시 포춘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CEO 순위에서 2000년 15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흑인과 여성이라는 두개의 벽을 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살아있는 신화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하포 엔터테인먼트는 출판, 영화, 음반, 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산업 전반에 진출했으며 2000년에 창간된 '오, 오프리 매거진'은 최근 몇 십년간 미국에서 발행된 잡지 중 가장 성공적인 잡지로 꼽히고 있다. 김민형기자 노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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