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의 금융시스템 설계에서 ‘위안화 제일주의’ 전략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행장보는 지난해 7월 한 포럼에서 “국제 금융거래와 무역에서 위안화가 결제통화로서의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위안화는 빠른 속도로 절상됐다. 지난해 상반기 0.95% 절상에 그쳤던 위안화는 하반기 들어 절상폭이 2.4%로 늘었고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두 달간 0.8%나 절상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절상폭이 5~6%에 달할 전망이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는 미국 등의 압력에 부응한 것이지만 ‘강한 중국 경제’를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최근 ‘차이나 쇼크’에서 보듯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력은 점점 커지고 세계 경제를 미국과 양분할 만큼 중국의 경제실력은 막강해졌다. ‘강(强)위안→강(强)차이나’의 선순환 고리가 계속되면서 중국이 오는 2015년 미국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최대 강국(强國)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한 경제학자(앵거스 매디슨)의 전망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강한 위안화’ 전략 가속화= ‘위안화 제일주의’는 위안화를 미국 달러와 유로화에 이어 3대 기축통화의 하나로 육성해야 중국이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견해로 위안화 절상에 적극적이다. 경제전문지인 21세기경제보도의 펑싱윈(彭興韻) 논설위원은 “위안화 제일주의를 중요한 국가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펑 위원은 “중국의 경제실력에 걸맞게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함과 동시에 주변 교역국들로 하여금 위안화를 외환보유고로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경제학자로서는 위용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이 대표적인 위안화 절상론자. 위 소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은 미중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고 중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대만의 경우 86~88년 3년간 무려 30%에 달하는 화폐 가치 절상이 있었지만 수출 감소나 실업자 급증 등의 부작용 없이 대만 경제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위안화 강세’ 기조가 읽혀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위안화 환율 형성 메커니즘의 개선과 외화관리 강화, 외환보유고의 합리적 사용 채널과 방식의 탐색 등을 강조했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올해 들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1월 158억달러, 2월 238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 위안화 절상속도의 가속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외화투자기금의 창설 등을 통한 중국의 대외 금융투자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계는 올해 위안화 절상률을 5%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위안화가 4~6%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도이체방크는 4.5%, 골드만삭스는 5.7%의 절상을 전망하고 있다. 또 중국 관영연구소인 신화경제정보부는 위안화가 올해 말까지 달러에 대해 5% 절상된 7.44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슈퍼파워 차이나’ 입지 강화=인민은행은 16일 ‘2006년 국제금융시장 보고’를 통해 “지난해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참여 정도가 깊어졌고 외자의 중국 금융시장 참여 정도도 진일보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 금융시장과 국제 금융시장의 연계가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제사회에서 ‘차이나 머니’의 위력은 막강해졌다. 가까이는 지난달 말 중국 증시의 폭락이 세계 증시에 ‘차이나 쇼크’를 불러왔고 지난해 말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발언에 달러화가 급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세계는 바야흐로 ‘아메리칸 달러’ 시대에서 ‘차이나 머니’ 시대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강해진 위안화는 ‘슈퍼파워 중국’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1조663억달러로 세계 1위이고 올해 무역규모는 2조달러에 달해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무역대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인들이 보는 중국의 미래는 더욱 찬란하다.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중국은 2015년 전세계 생산총액의 27%를 점유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가장 강대했던 서기 1세기의 생산총액 점유율 26%를 2,000여년 만에 넘어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중국에 투자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현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과장은 “수출의 경우 위안화가 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며 “이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