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우리금융 인수전 급반전하나

●기로에 선 우리금융 민영화<br>어윤대 KB금융 회장 "이익 된다면 품에 안을 수도"<br>적격합병땐 현금부담 줄어 인수전 참여 여지 커져<br>정부 지분 처리여부도 관건… 당국 "합병후 의결권 포기"



앞이 안보이던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여정에 급반전의 기운이 엿보인다.

우리금융에 대해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24일 "매각방식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인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 회장은 물론 "아직 세부적인 내용을 정부에서 말한 게 없지 않느냐. 결혼을 하기 위해 맞선을 보러 나가도 상대방 조건을 충분히 알아야 결혼을 하든 말든 하지"라면서 전제를 달았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인수 여부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한다. 예컨대 어 회장은 이날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기존의 발언에 대해 "돈을 주고 살 여력이 없다는 뜻이었다"고 부연설명을 했는데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지주가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 하는데 그런 방식의 인수합병(M&A)에는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주와 지주의 M&A도 상법 개정으로 이전처럼 지분 95%를 사지 않아도 된다. 적격합병 방식을 적용할 경우 '현금+주식교환'으로 현금부담이 줄어들어 움직일 여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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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지주도 정부가 적격합병을 할 경우 교부금의 범위와 배정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좀 더 입장이 뚜렷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금융 당국은 우리금융을 매각할 계획은 공식화했지만 희망후보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의도된 매각 등의 논란을 피하려는 포석도 있지만 "이번에는 금융환경이나 매각조건 등의 변화가 있는 만큼 충분히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녹아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인수에) 다른 금융지주회사도 관심 있을 것이고 사모투자펀드(PEF)도 관심 있을 수 있는데 시장이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서 "금융지주+PEF, 금융지주끼리 연합하는 그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 안팎에서는 유력 인수후보로 KB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KB의 경우 주택은행과의 합병 이후 1등의 자리가 확고했지만 이제는 많이 뒤처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KB로서는 M&A 등을 통해 리딩뱅크의 지위를 다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금융과 KB가 합병할 경우 규모도 커지지만 무엇보다도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은행과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의 시너지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등의 문제는 남겠지만 'KB-우리금융'의 조합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 "합병 후 정부지분 의결권 포기"=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 합병 후에 남을 정부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금+주식교환'의 적격합병을 하더라도 정부의 지분을 일정 부분 남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금융을 합병하려는 금융지주 등은 정부의 간섭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노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5일 현재 KB지주와 합병할 경우 정부 잔여 지분은 22.4%다. 또 KDB지주와 합병하면 26.49%, 신한지주 19.39%, 하나금융지주 28.38% 등이다. 어 회장도 최근 "(우리은행 합병 이후) 정부 지분을 단 한 주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주식교환 이후 남는 정부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2~3년 뒤에는 정부의 잔여지분도 매각될 것이고 의결권도 없는 만큼 '정부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말고 합병을 추진하라'의미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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