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허송세월 첨단의료복합단지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추진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 이유를 두고 항간에는 해당 지역 발전과 관련한 정치논리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정부는 첨단의료 분야가 10~20년 이후의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확대 정책을 펴왔다. 그중 첨단의료 분야의 세계적인 산학연 복합단지를 목표로 관련 기업부터 연구소ㆍ정부기관ㆍ임상시험장비 등 각종 인프라를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이다. 지역안배 논리에 완공 안갯속 정부는 지난 2005년 10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주요 국가 어젠다로 설정한 후 2009년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단지 두 곳을 선정, 올 10월 핵심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장소 선정에만 4년, 기공식을 갖기까지 6년이 걸린 셈이다. 오는 2012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표 달성은 진즉에 어렵게 됐다. 이번에 기공식을 가진 핵심기반시설도 2013년 완공이 목표지만 지금 같은 추진속도라면 마스터플랜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완성될 시기는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진척이 더딘 만큼 의료ㆍ제약업계도 답답한 심정이다. 최근 글로벌 첨단의료산업, 특히 신약개발 분야는 정보기술(IT) 발달과 융ㆍ복합화로 성공확률이 높아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 특허권 선점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돼도 모자랄 판에 모두가 공감하기 어려운 지엽적인 이해 관계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가지 못한채 시간만 지체한다면 국내 제약ㆍ의료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만 커질 뿐이다. 첨단단지를 두 곳 선정한 것이 결국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립암센터 분원과 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의 경우만 보더라도 오송과 대구경북 모두 서로 유치하겠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간만 끌다 졸속 결정된다면 유치하지 못한 다른 한쪽의 반발도 우려된다. 이제라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려면 정부와 해당 지자체 모두 원래 사업취지와 목표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국가발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첨단의료 분야의 각 전문가들이 모여 기초연구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전단계를 집중력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단지 조성 사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나 지역안배ㆍ형평성만 따지며 추진된다면 효율성도 떨어지고 국내외 제약ㆍ의료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와 단지를 추진 중인 지자체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지역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무턱대고 이 떡 저 떡 가리지 않고 모두 먹겠다는 무모한 힘겨루기는 그만하기를 바란다. 현재 지역적 특장점과 사업환경 등을 고려해 장차 특화 가능한, 정말 세계와 경쟁에서 이길 자신 있는 분야로 좀 더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경쟁상대는 충북 오송도, 대구경북도 아니다.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의료선진국들이다. 입주 기업들마저 외면할수도 정부는 단지 조성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이 형평성을 문제 삼아 불만을 토로한다 해도 조속히 이해시키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작금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특정 지역 한 두 곳의 발전에 국한된 일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건설ㆍ자동차ㆍIT에 이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첨단의료산업이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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