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이 어느새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면 월드컵은 분명 한국이 마련한 최대의 기획 상품전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최첨단 정보화 기술ㆍIT산업의 발전상을 적극 홍보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IT산업을 이번 월드컵에 접목,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인구의 52%에 달하는 2,5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강국이다. 총가구의 56%(810만 가구)가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환경을 자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60억의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상의 인터넷 인프라를 선보인다. 초고속 인터넷망, 근거리통신망(LAN) 등 인프라ㆍCDMA-2000ㆍIT폰 등 다기능 첨단제품을 소개하며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IMT-2000 상용화ㆍ 휴대용 단말기(MP4)ㆍ초대형 멀티비전 등 한 차원 앞선 이동통신제품과 첨단 디지털기술을 전세계에 과시할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을 'IT월드컵'으로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월드컵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모여든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 통신사들은 우리의 뛰어난 IT산업의 실상을 여과 없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알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란 이미지를 주면서 IT분야에서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임을 자랑하게 된다. 국가ㆍ기업의 브랜드와 IT제품의 가치도 함께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등 상당한 경제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무역협회가 내놓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에 대한 한국산 점유율'보고서는 월드컵 성공개최를 수없이 강조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프랑스ㆍ덴마크ㆍ스웨덴ㆍ 이탈리아ㆍ스페인ㆍ독일ㆍ포르투갈ㆍ벨기에 등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0.43~1.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들 나라가 한국과 한국의 상품을 더 잘 알게 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제 남은 일은 기업, 기업인들이 월드컵이 주는 경제효과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월드컵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이 마련돼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은 또 한국을 관광명소로 부각시킬 전망이다. 월드컵은 菅?다시 맞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다.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 창출을 통해 새로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대도 걸어봄직하다.
세계 각국이 관광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도 2003년까지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관광 인프라를 개선ㆍ확충 하는 등 관광산업을 21세기 핵심기간산업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월드컵은 이 과정에서 중대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월드컵이 단일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관심도면에서는 올림픽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준 높은 축구경기 외에 실제로 관광객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손님은 40만~50만명으로 추정된다.
88년의 서울올림픽 때보다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82년 월드컵대회를 개최했던 스페인은 대회 이후 미국ㆍ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관광대국으로 부상했다. 한해 700만명의 관광객이 스페인을 방문하며 연간 300억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는 월드컵을 계기로 파리 일변도의 관광국에서 벗어나 지방 도시들까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하는 효과를 거뒀다.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ㆍ수원ㆍ전주 등 10개의 개최 도시들은 모두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움과 정서가 담긴 수많은 유적 등 특색 있는 볼거리와 독특하고 다양한 먹거리는 외국인이 다시 찾고 싶을 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도 중요한 관광상품이다. 이들 도시는 월드컵을 통한 관광 증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88올림픽 등 체육계와 깊은 인연을 맺고 특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느낀 가장 큰 안타까움은 스포츠를 산업으로 연결, 육성해야 했다는 뒤늦은 자각이다.
세계의 스포츠박람회를 들러 볼 때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미흡한 한국의 스포츠산업의 현 주소를 발견하고 아쉬워해야 했다. 월드컵이 열린 나라들을 방문해 선체험(先體驗)과 상업화 전략을 배울 때마다 스포츠마케팅의 중대성을 매번 확인해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스포츠산업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스포츠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스포츠마케팅을 포함한 스포츠산업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월드컵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우리가 모자라는 부분과 서둘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국제적인 '경제 학습장이다.
/이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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