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 교수는 ‘통상임금의 범위와 임금의 유연성’ 보고서를 통해 현 추세처럼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면 정부의 고용률 제고 정책 추진도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은 매년 8조8,663억원에 이르고 37만2,000~41만8,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이는 전체 고용률을 1%포인트 하락시키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히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임금 연공성이 더욱 심해져 고령층의 조기퇴직을 유발할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고정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판례가 누적되고 관련 소송이 증가할 경우 인건비 부담의 증가는 물론 노사 간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고용률 중심의 국정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통상임금의 정의에 따라 지급주기가 1개월을 초과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하며 그 외 제외항목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등 조속한 법령 정비를 통해 시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90년대 초반 정부에서 총액대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의 암묵적 동의 아래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수당이 신설됐다”며 “그 결과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정상여금은 임금총액 대비 13.4%로 1~4인 영세사업장의 6배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변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임금 중 초과급여 및 고정상여금의 비중이 큰 대기업ㆍ정규직 근로자의 임금만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해 근로자 간 임금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논쟁’ 보고서를 통해 “통상임금과 관련한 법적 혼란이 그간 노사 합의에 의해 임금산정 및 지급기준을 마련한 ‘노사자치’의 긍정적 역할마저 퇴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업이 처음부터 불법고의를 가지고 상여금이나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라 판례와 행정부의 지침을 신뢰해 통상임금 항목을 정했음에도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로 예상치 못한 막대한 금액의 추가지급의무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