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여성 대통령에 거는 기대


필자가 일하는 곳은 우리나라 농축산물 유통의 중심 매장이라 자부하는 하나로클럽 양재점.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고객만족센터다.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매장이다 보니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 소비자 성향이나 구매 품목, 요구사항 및 불만사항까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매장에서 불편 사항 혹은 개선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주소'를 축소해놓은 듯 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한다.


물가가 요동치고 경제가 어려운 때는 고객 민원이 줄을 잇고 직원의 작은 실수도 큰 민원으로 이어진다. 고객 간 실랑이 역시 잦아진다. 반면 훈훈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처럼 축제 분위기가 연출될 때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진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돼 기념 할인행사를 진행했을 때는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고 일하는 직원들 역시 높아진 매출만큼 신바람 나게 일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농축산물 가격이 예상을 빗나 오름세를 지속할 때는 직원들의 고충이 배가된다. 상품의 가격 확정 문제나 공급량 결정뿐 아니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고객들의 민원까지 앞장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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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유례없는 초겨울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고객들의 표정도, 지갑도 차갑게 닫히고 있다. 연말연시 매출이 늘어야 할 시기임에도 오름세가 느껴지지 않는 건 우리 매장만의 일일까. 고객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유달리 더 차갑게 느껴지는 때다.

지난주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 주부를 주력 타깃으로 하는 유통회사의 여성 직원으로서 기대가 크다. 선거철이 되면 재래시장에서 유권자의 손을 잡고 '서민 장바구니 물가'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은 유통 매장에서 고객들이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걱정도 고민도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당선인의 당선 인사처럼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는 첫 여성 대통령이 돼주기를, 그리하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밝게 웃으며 마음껏 쇼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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