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월 섶다리 마을, 어릴적 추억 새록새록

지역주민들이 사라졌던 섶다리 재현·축제벌여<br>"갈라진 마음 하나로 모아주는 통합 상징으로"<br>번잡한 잡념 털어버리는 겨울철 여행지 인기





영월 섶다리 마을, 어릴적 추억 새록새록 지역주민들이 사라졌던 섶다리 재현·축제벌여"갈라진 마음 하나로 모아주는 통합 상징으로"번잡한 잡념 털어버리는 겨울철 여행지 인기 • [여행메모] 영월 섶다리 마을 • "전통 메주마을 구경 오세요" 겨울 여행길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을 준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호젓한 들길을 걷다 보면 번잡한 잡념은 새털처럼 날아가고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다. 희끗희끗한 눈발에 반절쯤 얼어붙은 강물과 짧은 해에 반짝이는 얼음장은 우울했던 지난 기억일랑 빨리 털어내고 앞날에 대한 새 희망을 품으라고 재촉하는 듯 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눈 덮인 산야가 잘 어우러진 강원도 영월은 새해 첫 여행지로 적합하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 갈 때 넘었다는 군등치(君登峙)를 지나면 주천면을 둘러 싼 큰 물줄기를 만난다. 원주나 제천에서 영월로 들어 갈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주천은 섶다리 마을로 겨울철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천2교 끝에서 강변으로 내려와 천천히 걷다보면 신일리 앞에 한 개의 긴 섶다리를 만나고, 이 다리를 건너 갈대숲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짧고 두툼한 쌍섶다리를 볼 수 있다. 어릴 적 부모의 손을 잡고 털목도리 두르고 입김을 호호 불며 걷던 추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 곳의 섶다리는 역시 단종과 관련이 있다. 세조 3년(1457년)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하자 이 지방에는 조정의 처사를 온당치 않게 여기는 민심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후 24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숙종 25년(1699년), 조정은 당시 노산묘를 장릉으로 추봉하고 새로 부임하는 강원 관찰사는 반드시 장릉을 참배하게 했다. 관찰사가 부임지인 원주에서 영월로 가기 위해서는 주천강을 건너야 했고, 이 때 인근 주천리와 신일리 주민들은 다리를 놓는 부역에 동원됐다. 주민들은 단종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기꺼이 노역에 참가, 마을마다 한 개씩 쌍섶다리를 놓았다. 관찰사 일행은 무사히 장릉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백성들의 노고를 기려 양식을 나눠주고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섶다리는 겨울이 들어 설 무렵 놓였다가 한 여름 강물이 불어나면 떠내려가는 임시 다리다. 여울이 지나는 자리에 Y자 모양의 참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낙엽송 장대로 엮은 뒤 소나무가지를 깔고 흙을 덮어 만든다. 옛날엔 해마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이 다리를 세웠으나 콘크리트와 철판 등 튼튼한 다리가 생기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다행히 최근에 다시 이 고장 출신의 젊은 이들이 뜻을 모아 섶다리 놓기를 재현하고 있다. 2002년 주천면 판운리 청년들이 사라진 섶다리를 세웠고, 2003년엔 신일리 주민들이 쌍섶다리 놓기 축제를 벌여 전통의 맥을 이었다. 한반도 모양의 지형으로 유명한 서면의 선암마을 앞에도 가끔씩 섶다리가 놓여진다.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을 이어주는 기능으로 치면 섶다리가 반드시 영월에만 있으란 법은 없다. 강물이 흐르는 산골 마을이라면 겨울철엔 어김없이 섶다리가 놓였을 터이다. 지금도 영월뿐 아니라 정선, 평창, 횡성 등 강원도의 여러 곳에서 겨울철 섶다리 놓는 행사가 벌어지곤 한다. 주천면의 한 주민은 “섶다리는 강으로 나눠진 작은 두 마을을 이어주는 것이었지만 오늘날엔 찢기고 갈라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는 ‘통합’의 상징으로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행문의=퉁가리여행사(033-372-0277), 섶다리마을(372-0121), 주천면사무소(372-7004) 영월(글ㆍ사진)=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5-01-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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