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인대회이론과 하우스푸어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해법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개인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주식투자에 경제학 지식을 동원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다 여러 차례 실패한 후 현재까지 통용되는 '미인대회이론(beauty contest theory)'을 정립했다.

당시 유행하던 미인대회는 요즘처럼 수영복 심사나 장기자랑 등으로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미녀들의 사진을 신문에 게재하고 독자들이 입상 후보를 선택하게 했다. 우승자를 알아맞힌 사람을 추첨해 푸짐한 상금을 줬다. 그래서 독자가 상금을 타기 위해서는 독자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미녀보다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인정할 것 같은 미녀를 선택해야 했다. 케인스는 주식투자도 자신의 취향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종목을 사야 함을 간파했던 것이다.

이렇게 투자에 해박했던 케인스도 독일에서 통화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전재산을 잃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에게도 투자나 자산 관리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요즘 신문을 읽다 보면 다양한 푸어(poor)들이 등장한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에듀푸어,실버푸어, 심지어 허니문푸어까지 줄을 잇고 있다. 수많은 푸어들이 등장하는 이면에는 최근 경제의 어려움과 살림살이의 곤궁함이 투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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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하우스푸어는 심각한 화두다. 우리 국민들에게 '내 집'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다. 많은 사람에게 꿈이자 인생의 목표였으며 회한과 눈물이 어리는 스토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집은 한 가정의 전재산이자 유일한 재테크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렵게 마련한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대출상환과 이자부담으로 생활이 빈곤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우스푸어와 주택가격 하락이 야기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40~50대의 노후대책이 홀랑 날아간 것이다. 사실 40~50대 대부분은 퇴직금으로 자녀 교육과 혼사를 마무리하고 노후는 집을 팔고 줄여서 차액으로 노후자금을 삼는다는 게 은퇴 후 대책의 뼈대였다. 그런데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40~50대들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옛말이 있다. 영리한 토끼는 평소 3개의 굴을 파놓아 포식자로부터 위험이 닥쳐도 이를 피해 목숨을 보존한다는 의미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40~50대를 위해서도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금융ㆍ보험상품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다.

서민층의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첫 번째 조치인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9일 출범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효과를 거둬야 할 제도다. 서민층을 위한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기로에 서 있는 중산층을 위한 대책이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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