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호주의 한 유력일간지 외신부장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한국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그런데 취재의 질문은 시종일관 우리 기업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규제문제에 맞춰졌다.
중소기업이 받는 규제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로 인해 중소기업이 경영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러한 규제를 중소기업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5천달러인 호주의 한 외신기자가 우리의 규제를 알아서 무엇에 쓸 것인가. 거꾸로 선진국도 이젠 규제가 필요해 교훈을 얻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의 견인차로서 용맹을 떨친 것에 찬사를 보낸다는 것인가. 의문이 앞섰다.
우리는 기업이 끝없이 겪는 규제에 대해서 그 견고함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창업을 하려면 수십가지의 경제관련법령을 섭렵하면서 규제와 싸워야 한다.
줄줄이 꿰어야 하는 복잡다기한 절차와 행정서류, 관계기관의 중복방문, 하나가 해결되면 그 다음 또 하나에 걸리고 게다가 목소리 큰 민원까지 겹치면 공장이 정말 들어설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갖은 우여곡절 끝에 학수고대하던 상품이 1년이 넘어서야 생산돼 나오니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고 버텨 나갈 것인가.
최근 몇년동안 정부와 경제단체는 규제를 찾아 완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아직도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DI의 보고서대로 정부조직을 축소시키지 않고는 시행이 어려울지 모른다.
어느 규제완화 회의석상에서다. 회의장 책상에는 두꺼운 서류봉투안에 가득히 많은 규제완화안이 올라와 있었다. 참고인으로 의견 개진에 나선 관계부처나 이해당사자의 공방(?)은 완화보다는 현행을 고집하는 경향이 많았다.
심지어는 특정 수입원자재의 경우 실수요자인 중소기업계의 의견은 무시된 채 수급조절위원회가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심의위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풀어서 좋은 규제가 오히려 중소기업에는 감당키 힘든 경우도 있다. 아직은 중소기업계의 보호가 필요한데 규제 완화로 인해 대기업과 똑같은 입장에서 출발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게 된다. 여기에 바로 규제완화의 어려움이 있다.
풀어서 좋은 것과 풀어서 좋지 않은 규제를 가리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