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막이 7일 밤(한국시간) 올랐다.마스터스의 예상 총수입은 4,500만달러(약 500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약 80억원이 순익으로 남는다. 스폰서 하나 없이 일주일 동안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을 두고 마스터스 매직이라 부를 정도다.
황금알을 낳는 마스터스 마케팅은 폐쇄성과 신비주의로 요약된다.
대회 주최자이자 개최지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미국 사회에서 손꼽히는 부호와 최고경영자, 명문가 출신 정치가 등 300명 정도의 회원으로 구성돼 콧대 높기로 이름나 있다. 1975년에야 흑인에게 라운드를 허용했으며 여성 회원 입회 금지로 여성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오고 있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여느 대회와 달리 스폰서를 두지 않는 것도 클럽과 대회의 권위와 명예에 자본의 논리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자존심의 표현이다.
‘구성(球聖)’이라 불리는 보비 존스의 신화가 깃든 오거스타내셔널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돼 마스터스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반이 들어갈 수 없다. 반드시 회원이 동반해야 라운드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대회가 끝난 뒤부터 10월까지 6개월간은 문을 닫는다. 연습라운드 때부터 구름 갤러리가 몰리는 것은 일반이 골프장에 들어갈 수 있는 딱 1주일뿐이기 때문이다.
폐쇄성과 신비주의는 철저히 비상업주의를 표방하는 마스터스에 결과적으로는 커다란 상업적 이득을 안겨주는 마케팅 비결이 됐다. 은근한 암시가 적나라한 노출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마스터스 효과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다. 매년 대회 기간 30만명 가량이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를 찾는다. 4만명 선인 패트런(후원자)들이 아니면 본 대회를 볼 수 없지만 연습라운드를 구경하거나 골프장 주변을 다니며 마스터스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몇 년 전 골프전문지는 관광객 중 10만명 정도가 1인당 평균 200달러를 기념품 구매에 지출했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오거스타는 이들이 먹고 자고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덕분에 1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얻어왔다.
신비감을 유지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오거스타는 2007년부터 개막 전일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를 TV로 중계하고 최근 PGA 투어 비디오게임에 골프코스를 제공하는 등 흥행을 위해 자존심을 굽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명품’ 대회의 권위를 지켜내는 비결인 신비주의의 원칙은 음미할 만하다. “소리 치지 말고 속삭여라. 조금씩 숨기고 감춰라. 사람들이 더 보여 달라고 애걸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