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깜짝' 시구를 했다. 박 대통령은 태극기가 새겨진 파란색 글러브를 끼고 꽤 정확한 시구를 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들어갔다. 정치인들은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단골로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개막전이나 한국시리즈 등 중요한 경기에만 오르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현직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는 박 대통령이 역대 세 번째. 지난 1994년과 1995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구를 한 뒤 18년 만이다.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프로야구 전경기를 통틀어서 본 대통령 시구로는 여섯 번째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3월2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동대문구장에서 삼성-MBC전 시구를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4월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에도 시구자로 나왔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세 차례로 최다시구 기록을 보유한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7월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시구 때 불필요한 행동으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도 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09년 4월 SK와 한화의 인천 문학구장 개막식 때 시구를 하다 관중의 야유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시구자로 소개를 받은 뒤 양팀 더그아웃을 들러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이로 인해 5분 넘게 경기가 지연됐다. 그동안 장차관ㆍ광역단체장 등의 시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데 시구만한 홍보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몇몇 구단은 요즘도 이른바 힘 있는 인사들의 시구 부탁에 시달린다고 한다.
기업인 시구는 비교적 드문 편인데 황영기 차병원 부회장(당시 삼성증권 사장)은 2001년부터 3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시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황 고문은 시속 120㎞짜리 직구를 꽂아 넣어 관중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연예인 시구 1호는 1982년 배우 이경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7월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등판했다. 2000년대부터 연예인 시구가 보편화된 가운데 2005년 배우 홍수아가 선수 못지않은 시구를 선보인 후부터는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외모로 주목 받기보다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는 정확한 시구로 인정받자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물론 클라라의 경우 지난 5월 잠실 두산-LG전에서 입은 줄무늬 하의가 워낙 강렬해 시구복장만으로 한 방에 '뜬' 몇 안 되는 연예인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