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속에 수출이 호황을 보이고 대기업 중소기업간 수익성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한편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등우리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계속 심해질 경우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있어 수출.내수의 선순환 구조 정착과 낙후부문의 구조조정 지원등 경제구조 개선에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한국은행은 `경제 양극화의 원인과 정책과제' 자료를 통해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IT(정보기술)산업과 비(非)IT산업 등 기업.업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소득층과 저속득층 등의 소득 불평등도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제조업 가운데 중화학공업의 성장률은 2002년 9.7%, 2003년 6.9%를 나타낸 반면경공업은 2002년 0.1%, 2003년-3.4%를 나타내 두 부문간 명암이 갈수록 뚜렷해지고있다.
또 IT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증가율은 올해 1.4분기중 25.1%에 달했으나 비IT산업은 3.0%에 그쳤으며,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증가율은 1.4분기중 12.1%였으나 서비스업은 1.6%에 머물러 부문간 큰 격차를 보였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를 합한 비상용직의 비율은 96년 43.2%에서 2003년 49.5%로 상승했으나 상용직 대비 비상용직의 임금비율은 2002년 49%에서 지난해 46%로 떨어져 상용직과 비상용직간 임금격차가 확대됐다.
종업원 5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대비 10-29인 사업체 근로자의 임금비율은 2000년 67.2%에서 2002년 64.4%로, 수출기업 근로자 대비 내수기업 근로자의 임금 비율은 2002년 84.6%에서 지난해 83.5%로 낮아져 임금구조의 양극화도 심해지는 추세다.
소득의 균등배분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0-97년중 평균 0.286에서 1998-2003년 0.315로 크게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뜻한다.
소득계층별 교육비지출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면서 2000년 기준 소득 최하위 10%의 연간 교육비지출액이 81만원인 반면 최상위 10%의 경우 484만원에 달해 두 계층간 6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경제 양극화는 대내외 환경변화의 대응과정에서 기업.산업별 기술.규모의 차이와 근로자들의 적응능력, 교육수준의 차이 등에 따라 경제적 성과가 양극단으로 분화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고루 적시는 것처럼 선도부문의 경제적 성과가늘면서 낙후부문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이른바 `적하(滴河)효과' 혹은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양극화는 경제 환경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계속 심화될경우 장기적으로는 물적.인적자본의 축적을 저해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훼손,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선진단계 진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진작에 주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경제구조의 개선에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한은은 경제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수출.내수의 선순환 구조 정착과 함께 선도산업.기업이 혁신을 지속하는 가운데 낙후부문이 선도부문과의 격차를 줄여갈 수 있도록 혁신.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고 인적자본 육성 중심의 성장촉진형 재분배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