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쿠웨이트 정부가 발주한 해외 대규모 담수설비 입찰을 둘러싸고 `제살깎기` 경쟁을 하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가 발주한 사비야 담수화 설비 프로젝트는 4억 달러 규모로 하루 22만톤의 용수를 생산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담수화 설비 공사다. 이 공사는 지난해 6월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에 3억4,200만달러로 낙찰됐으나 3억6,000만달러로 2위를 차지한 두산중공업이 쿠웨이트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본 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산자부에 조정명령신청 = 현대중공업은 28일 “두산중공업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발목을 잡아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차원의 조정명령권 발동을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1일 산업자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전무는 “해외 플랜트 수주에서 입찰기업이 정해지면 경쟁 기업들은 이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나는 게 상도의”라면서 “두산중공업이 현지 변호사(대리인)을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쿠웨이트 예산승인 기관인 AB(Audit Bureau)에 경고성 탄원서를 발송하는 행위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권 전무는 특히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함에 따라 지난해 입찰금액보다는 비용이 1,600만달러 증가하는 등 경제적 피해도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 아직 끝나지 않은 입찰 = 두산중공업은 “현지 공사시행 기관인 쿠웨
이트 수전력청 (MEW)의 최종선정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면서 “해외 현지입찰에 대해 국내 정부에
조정명령을 신청, 업체를 압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 또 “담수화 설비 경험이 적은 현대중공업이 일본의 사사쿠라사와 컨소시엄을 이뤘다”면서 “일본업체 참여로 국내 하청업체 일감이 줄고 엔지니어링 능력 부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공사 발주처인 MEW가 자신들을 지
지하고 있다고 판단,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산자부, 패널설치 통해 조사 착수 = 산자부는 중립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패널을 설치해 입찰과정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후 최종 조정명령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조정명령은 대외무역법 43조에 근거해
▲무역에 관한 정부간 협정체결 또는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정한 수출 경쟁을 교란할 우려가 있거나 대외신용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산자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조정명령을 받은 기업의 경우 해외입찰이 제한되는 등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