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입천장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목탁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 유명세를 탄 강화군 선원사의 소 세 마리가 이번 구제역 파동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살 처분됐다.
13일 선원사에 따르면 이 절에서 기르던 '우보살' '신우보살' '광양우보살' 등 소 세 마리가 이날 오후 살 처분돼 사찰 소유의 뒷산에 매몰됐다.
선원사 주지인 성원 스님은 이날 오전 '우보살'과 '신우보살'의 코가 마르고 입가에 거품이 생기는 등 구제역 감염 증상이 나타나 직접 면사무소에 신고해 살 처분 절차를 밟았다.
그는 선원사가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3㎞ 안에 포함돼 우보살들이 살 처분 위기에 처하자 12일 경기도 안양시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찾아가 살 처분을 피해갈 수 없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성원 스님은 "어느 소든 예외가 없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부디 소의 몸을 벗고 사람으로 태어나 잘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성원 스님은 지난 2002년 12월 경남 고성군에서 목탁 치는 소리를 내는 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송아지를 밴 2살배기 소를 선원사로 데려왔다. 불교 신자였던 전 주인이 사람의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해 '우보살'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을 성원 스님이 법명으로 정해 수계의식까지 치러줬다.
성원 스님은 그로부터 2∼3년 후 '우보살'처럼 목탁소리를 내는 다른 소 2마리를 고성과 전남 광양에서 추가로 데려와 '신우보살'과 '광양우보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탁 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목탁소'라고도 불리던 우보살들은 금세 선원사의 유명인사가 됐다. 절에 온 관광객들은 외양간부터 먼저 찾을 정도였다.
성원 스님은 "덕분에 나도 다른 곳에 가서 대접을 잘 받았다"며 "그동안 선원사에서의 역할이 컸던 만큼 49재는 지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