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정일, 미국에 '대화 명분' 요구

"다자간 틀 내에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하겠다"(2003년 10월 20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불가침 담보'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것이고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것이라면 그것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2003년 10월 25일 북한 외무성). 이는 2003년 8월 제1차 북핵 6자회담이 개최된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된 16개월 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북한 외무성이 2003년 10월 2일 폐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를 끝냈다는 경고성 입장을 내보내면서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유화적인 제스처였다. 그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금호지구 경수로 공사중단 결정 등과맞물리면서 당장 제2차 6자회담의 신속한 개최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1차 회담 이후 북한이 회담 무용론을 내세운 상황에서 나온 긍정적인 한 장면이었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그 직후인 10월 30일 방북한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에게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 과정을 계속 이어나가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의 `2ㆍ10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대목에 비춰 시사점이 적지 않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은 회담참가의 명분이며 그 명분은 미국이 보다 긍정적이고 진전된 메시지를 던지면서 마련될 수 있다는 북한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이번에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언급한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당시 성명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외무성 성명이 "조건이 성숙되지 않는 한 회담에 참가할 수 없다"고밝힌 반면 김 위원장은 "조건이 성숙되면 회담에 참가할 것"이라고 언급, 화법이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전환됐을 뿐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실제 외무성의 `2ㆍ10 성명'도 미국의 무관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는 동시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묘사한 것에 발끈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공격이고 체제불안이다. 사실 2004년 1월 미국 대표단을 북한 핵기지인 영변에 데려가 상황을 보여준 것도, 지난 10일 핵보유선언을 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모험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미국의 실천적이고 손에 잡힐 수 있는 조치를 원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조차도 지난해 12월 15일 CNN과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있음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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