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3일] 의심스런 현대건우회 광고

2일 일부 일간지 1면에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광고가 또 게재됐다. 광고를 실은 곳은 현대건설 퇴직 임ㆍ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와 현대건설 노조. 통상적인 인수합병(M&A)과는 달리 초기부터 '광고전'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이날 광고 역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서 단순한 호기심이 곧 '의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우회는 광고를 통해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재부실화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현대건설 인수자는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투자여력과 육성의지ㆍ경영능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제껏 강조해온 현대건설 인수의 당위성을 그대로 되풀이한 내용이다. 건우회는 또 "현대건설의 우수한 기술과 경험이 해외로 유출된다면 현대건설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국외로 유출돼서는 안 된다"며 현대그룹이 독일 M+W그룹을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하려는 계획을 직접 겨냥했다. 현대건설 노조 광고 역시 "우량기업이었던 대우건설의 잘못된 M&A로 인한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기준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가한 후 줄곧 펴온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일각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광고전이'대리전'으로 모양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현대건설 퇴직 임ㆍ직원들의 친목단체에 불과한 건우회가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현대차그룹의 명분과 논리를 그대로 주장한 것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광고를 한 실체에 의심이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기자의 눈에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진흙탕 싸움'으로 추락해 가는 대형 M&A의 과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쟁자들의 '페어플레이(FairPlay)'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