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올 연말까지 LG카드를 국내은행에 매각하면서 LG투자증권도 함께 묶어서 파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등 LG카드 처리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가 이미 지원 받은 2조원의 신규자금 만으로는 내년 1월초를 넘기기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또다시 유동성이 부족해 질 경우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휘청거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은행들이 LG카드 인수에 여전히 미온적인데다 앞으로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이나 출자전환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1월 초가 `마지노선`= 채권단은 LG카드의 현재 자금상황으로 볼 때 이르면 내년 1월 초, 늦어도 1월 중순을 넘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LG카드는 채권은행들이 지원하기로 한 2조원 중 이미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다 썼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내년 1월 초부터 10일 사이에 대규모 만기상환 자금이 돌아오기 때문에 조기매각이나 추가지원이 없으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각 어떻게 추진되나=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1단계로 올 연말까지 8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약식 입찰을 실시해 어떻게든 인수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LG카드 인수자가 LG증권까지 매입을 희망하면 LG그룹이 이미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포기시키는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한 뒤 함께 묶어 팔기로 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증권은 LG카드 매각과정에서 일종의 `당근`으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며 “LG그룹과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른 단계는 아니지만 그룹측도 LG카드 매각지연에 따른 파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어 인수자가 결정되면 2단계로 인수자를 통해 내년 1월 중 총 1조원의 유동성을 신규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LG카드를 사전에 LG그룹으로부터 분리시킨 뒤 기존 LG그룹의 다른 우량계열사들이 회사채를 매입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을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를 통해 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내년 2월 중 3단계로 채권단이 1조원을 출자전환하고 인수자도 1월에 지원한 자금 1조원을 추가로 출자전환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누가 인수하나= 채권단 안팎에서는 LG카드의 인수후보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컨소시엄 구성과 최소한의 추가지원을 전제로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어 입찰에 선뜻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일단 입찰이 실시되기 전까지 컨소시엄 구성 여부 등을 서로 타진하는 등 활발한 물밑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은행이 `다른 은행들이 나서지 않을 경우 인수할 뜻이 있다`고 밝힌 데다 금융당국의 의중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단독으로 인수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일단 경영권부터 확보한 뒤 추후에 이를 다른 제3자에게 재매각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감자 불가피 할 듯= 채권단은 이 같은 일련의 매각과 출자전환 작업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지분은 그대로 두되 대주주인 LG그룹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완전감자를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LG그룹 계열사 및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경우 보유주식을 사실상 완전감자를 실시하게 된다”며 “다만 소액주주나 다른 대주주 주식의 감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이에 따라 계열분리를 통해 금융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물론 보유주식마저 완전히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게 될 전망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