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0일] 상생, 말보단 실천으로

“진짜 상생이 뭔지 제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국내 대형 마트 5개사가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대대적인 상생협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지난 18일 한 대형 마트 협력사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 역시 “그깟 상생협약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며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유통업계의 큰손인 대형 마트에 대한 중소 협력업체의 불신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대형 마트와 제조업체 간의 상생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대형 마트마다 중소기업중앙회 또는 지방 중소협력사와 개별적으로 상생협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ㆍ제조업체 등으로 구성된 제조ㆍ유통상생협의회가 상생협력결의대회를 갖고 공정거래 기반을 확립해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마트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많은 업체들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9월 대형 마트와 거래하는 35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무려 절반에 가까운 45.9%가 판촉사원 파견 강요, 판촉비용 전가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업체 중 68.7%는 거래중단을 우려해 대형 마트의 부당한 횡포를 그냥 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대형 마트 협력업체인 A사 관계자는 “대형 마트들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보관 도중 파손된 제품에 대해 제조업체에 물품보상을 요구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하지만 이를 거절할 경우 어떠한 불이익이 따를지 몰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협력사 B기업 관계자는 “마트 직원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상품권을 제조업체 영업직원들에게 강매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심지어 대대적인 매장청소에 영업사원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마트의 상생 외침이 협력업체들에는 그야말로 ‘원맨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는 5월로 예정된 대형 마트와 중소협력사 간 상생협약식이 진정 빛을 발하려면 대형 마트의 진심 어린 실천의지를 담은 구체적 상생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형 마트와 협력업체들 사이에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상생 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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