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분배론’에 정면으로 대응, 돌려서 말하지 말고 아예 정식으로 사유재산에 대해 논쟁하자고 나서 주목된다. 재계는 또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낙관론을 비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12일 “이제는 무의미한 성장ㆍ분배논쟁은 그치고 사유재산 논쟁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허 소장은 이날 한경연에서 열린 ‘총선 이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라는 포럼을 통해 “분배론자들도 성장을 위한 분배를 말하고 성장론자도 성장을 통한 분배를 말하므로 성장ㆍ분배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허 소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옛 소련 경제의 몰락은 어떤 경제체제가 작동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며 “향후 논쟁의 초점은 사유재산권을 인정할 것이냐, 평등분배를 강조하면서 사유재산권의 일부 침해를 받아들일 것이냐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유세는 기존 조세체제를 뛰어넘는 자의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부자가 많지 않아 대중적인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삼투압현상처럼 사유재산 침해가 조금씩 퍼져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 소장은 또 ‘경제는 심리’라는 논리로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내놓고 있는 정부에도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그는 “미국 시카고학파의 ‘합리적 기대가설’의 경우 경제심리를 강조한 측면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실제의 경제상황을 토대로 한 ‘합리적 기대’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 소장은 중국수출 증가율이 10%포인트 하락하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하고 유가가 (32달러 대비) 5달러 상승하면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수준으로 인상하면 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허 소장의 얘기대로라면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는 이어 최근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해외발 3대 경제악재인 금리(미국)ㆍ유가ㆍ환율에 대한 나름의 전망을 제시했다. 우선 미국 금리는 물가상승률이 2%인 점을 감안할 때 상승하는 것이 대체적인 기조이며 올해 0.5%포인트 정도 오른 뒤 내년 이후에는 정상 수준인 3~5%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현재 배럴당 40억달러로 치솟은 유가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차츰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관망했다. 환율은 미국의 금리상승 움직임 여파로 급상승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오히려 미국의 무역역조가 주요변수로 작용하면서 급락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