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300’이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막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 협상팀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에 추가 제한을 두는 일이 영화계의 강한 반발에다 미국 영화의 싹쓸이로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양국 협상단은 스크린쿼터의 ‘현행유보’와 ‘미래유보’ 사이에서 막판까지 대립 중이다. 미측은 스크린쿼터를 협정문에 현행유보로 명시, 지난해 146일에서 절반으로 축소한 의무상영일수의 원상회복 혹은 재확대를 못하도록 하는 ‘확인사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은 스크린쿼터를 미래에 다시 늘릴 수 있도록 ‘미래유보’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측이 막판협상에서 이를 ‘딜 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로 내세워 강경 입장을 보이자 후퇴 가능성을 만들고 싶은 처지다. 그러나 영화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300’ 등 미국산 영화가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 영화는 참패를 면치 못해 협상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한 ‘300’은 미국 워너브러더스 측이 배급을 맡고 있는데 25일까지 191만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점유율 36%를 기록했으며 이날 현재 관객 200만을 돌파했다. 박스 오피스 5위권 내에도 국산영화는 ‘수’뿐으로 외화 일색이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 때는 괴물ㆍ타짜 등이 도와줬는데 지금은 ‘300’이 시장을 휩쓸면서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