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슬림, 세계 1위 부자 등극 90년대 국영기업 인수로 '급성장'통신사 '텔멕스' 바탕 금융·정유등 문어발 확장저평가 기업 한발 앞서 알아보는 안목 탁월아직도 구식시계 차는 등 절약정신도 남달라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관련기사 '슬림제국' 독점 규제 쉽지않네 카를로스 슬림, 세계 1위 부자 등극 그는 산수에 밝다. 젊은 시절에 넥타이 가격을 10달러 깎기 위해 가게 주인과 몇시간씩 실랑이하기도 했다. 그는 저가에 기업을 매수해 고가로 팔아 엄청난 이문을 챙겼다. 외국 기업이 멕시코 사업에 투자할 때 애국심을 발휘해 이를 저지하고 자기 사업으로 만든다. 그래서 멕시코에선 '미스터 독점'이라고 불린다. 역사책을 좋아하고 징기스칸을 존경한다.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가이지만, 컴퓨터를 만질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의 영원할 듯한 아성을 깨고 세계 부자 1위로 등극한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67ㆍ사진)은 한마디로 '기회를 수혜로 삼은 철저한 자린고비 기업인'이라고 할만하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인 포천지는 7일 멕시코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슬림이 7월말 기준으로 세계 1위 부자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의 재산은 시가총액으로 590억 달러로, 오랫동안 세계 갑부 1위 자리를 지켜온 게이츠 회장의 580억 달러보다 10억 달러가 많다. 그는 14살때 주식투자를 했고, 친척모임에서 사탕을 사고파는 걸 즐겼다. 하지만 그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 것은 단지 타고난 예리함과 숫자에 대한 천부적 소질 때문만 아니다. 슬림에겐 위기를 당했을 때 과감한 행동으로 극복하는 능력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대범함, 그리고 세계 부호라는 명성과 다르게 아직 계산기가 장착된 구식 전자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닐 정도의 지독한 절약정신이 오늘의 부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포천지는 "멕시코인들은 슬림의 병원에서 태어나 그의 은행 ATM기에서 돈을 찾고 그가 공급하는 전기와 기름으로 살며 전화는 말할 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슬림제국(Slimlandia)'의 탄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그가 지난 90년 유선통신사 텔레포노스 드 멕시코(텔멕스)의 인수를 통해 부 축적의 기반을 마련했다. 텔멕스는 현재 멕시코 국민 92%에 전화선을 독점 공급한다. 슬림의 이동통신회사인 텔셀은 멕시코 내 시장점유율의 70%를 차지한다. 그의 아메리카 모빌은 미국을 포함해 아메리카 대륙의 15개국, 총 1억2,480만명의 가입자를 둔 거대기업이다. 이 기업은 지난 4~6월 3개월간 주가가 26%이상 올라 슬림의 1위 등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슬림은 이 회사지분의 30%(31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또 그루포 카르소를 설립해 보험ㆍ은행 등 금융업을 다루는 인부르사를 세웠고 항공ㆍ건축ㆍ정유사업 등에까지 진출해 있다. 세계 갑부 슬림의 부의 원천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인 감각과 시대변화에 능수능란하게 행동하는 그의 경영스타일에서 나왔다. 그의 아버지 줄리안 슬림은 멕시코 경제가 침체기였던 1910년대말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면서 부자가 됐다. 이러한 아버지를 닮은 슬림은 82년 멕시코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는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적기에, 먼저' 알아보는 안목과 추진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그가 재벌로 성장한 배경엔 멕시코의 국영기업을 대거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20세기초 미국의 석유재벌 존 록펠러, 철강재벌 카네기, 금융재벌 JP 모건처럼 멕시코의 산업을 독점했다. 텔레멕스의 경우 그는 케이블선 제조업체까지 몽땅 사들여 동종의 중소기업들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결정적으로 80년대 후반 정권을 잡은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멕시코 대통령과 슬림의 각별한 친분 관계는 그로 하여금 국영기업 인수전에 성공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90년대 들어 멕시코가 대대적인 국영기업 민영화 작업에 착수했을 때 슬림은 지금의 텔멕스 등 국영사업을 손에 넣었다. 반면 슬림의 집요한 성격과 검소한 생활패턴은 그를 부자로 만든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그는 "쿠바산 시가를 사는 것이 최대 사치"라 말할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배어있다. 그는 50년전 손수 썼던 장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포천지는 "이 같은 그의 절약정신은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사치에 젖어 사는 다른 멕시코 부호들과 비교돼 종종 귀감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입력시간 : 2007/08/07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