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모바일게임, 카톡 로그아웃

까다로운 입점 심사절차에 수수료는 매출 21% 떼가<br>개발사, 脫카카오톡 가속… 앱장터서 직접 출시 늘어<br>넥슨·넷마블 등 대형사도 독자 플랫폼 잇따라 선봬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 '탈(脫)카카오톡' 현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흥행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대신 직접 애플리케이션 장터에 신작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게임업체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모바일 게임 '타워 오브 오딘'을 구글 플레이에 선보였다. 이 게임은 별다른 홍보활동이 없었음에도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30만건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구글 플레이 신규 게임 인기순위 상위 20위권을 카카오톡 게임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8위에 이름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드물게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요소와 카드게임(TCG),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역할수행게임(RPG)의 장점을 골고루 접목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탄 것이 흥행의 비결로 꼽힌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 '드래곤 프렌즈'를 아예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만 내놓을 예정이다. 사실상 카카오톡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이노스파크는 앞서 모바일 게임 '룰 더 스카이'를 출시한 조이시티(옛 JCE엔터테인먼트) 개발진이 주축이 된 신생 게임업체다.

해외 게임업체들도 속속 탈카톡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인 쿤룬이 선보인 '다크 헌터'는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8위를 차지하며 꾸준한 인기몰이 중이고 일본 겅호온라인의 '퍼즐 앤 드래곤'은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샨다게임즈의 국내 자회사 액토즈소프트가 지난해 말 출시한 '밀리언 아서' 역시 앱스토어 매출 5위에 이름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요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흥행의 지름길'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외면하고 독자 생존에 나서는 것은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와 수수료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카카오톡을 통해 신작 게임을 내놓으려면 양대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동시에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데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1년 만에 입점업체가 10개사에서 100개사로, 입점게임은 10종에서 200종을 넘어섰다.


일정대로 카카오톡에 신작 게임을 내놓더라도 만만치 않은 수수료가 부담이다. 카카오톡에 게임을 등록하면 전체 매출 중 30%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가져가고 카카오톡은 나머지의 21%를 수수료 명목으로 다시 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카카오톡과 손을 잡지 않으면 유료 아이템 매출이 49%에서 70%로 훌쩍 커진다. 결국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카카오톡을 선택하고 매출 감소를 감내하느냐와 카카오톡을 떠나 독자 생존에 뛰어드느냐가 선택의 기준인 셈이다. 게임 업계는 그동안 카카오톡에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카카오톡은 최소한의 운영비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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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게임을 떠나는 개발사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대형 게임업체들도 잇따라 자체 게임 플랫폼을 강화하며 카카오톡 견제에 뛰어들고 있다. CJ E&M 넷마블은 조만간 카카오톡 게임하기와 비슷한 '넷마블S(가칭)'을 선보일 예정이고 인터넷방송으로 유명한 아프리카TV는 게임과 방송을 연계한 '게임센터'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도 최근 '넥슨플레이'에 메시지 전송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카카오톡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흥행의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겠지만 경쟁력 있는 모바일 게임이 속속 출시되면서 개발사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며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카카오톡이 연내에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카카오톡 게임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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