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폭스바겐 따라잡기' 시동

소형차에도 GDI 엔진 장착… 성능·연비로 승부<br>뉴 리오에 GDI 달아 폴로 잡는다<br>"소형차시장 장악해야 생존"… 역발상 경영으로 유럽 공략<br>i30에도 차급별 전략 적용… 골프 등과 불꽃 경쟁 예고




현대ㆍ기아자동차가 '폭스바겐 추월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최근 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바모터쇼를 직접 참관하며 내린 유럽시장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현대ㆍ기아차는 생산ㆍ판매ㆍ마케팅 분야에서 폭스바겐 맹추격을 위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대ㆍ기아차는 준중형 이상 차량에만 장착되는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을 소형 차량에도 장착하기 위한 개발에 착수했다. 성능과 연비를 개선해 폭스바겐과 제대로 경쟁하겠다는 각오다.


11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수출 전략차종인 기아차의 뉴 리오(뉴 프라이드)에 GDI 엔진을 적용하기 위한 개발을 조기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 또한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준중형 차급인 1.6리터 가솔린(감마) 엔진까지 적용된 직분사 방식을 1.4리터까지 낮추고 터보차저 기술까지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소형차를 앞세워 유럽시장에서 폭스바겐을 추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DI 엔진은 실린더 흡기밸브 외부에서 연료를 분사하는 다중 분사 방식(MPI) 엔진과 달리 고압의 연료를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연비를 향상시키고 배기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준중형부터 대형까지 거의 전 차종에 GDI 엔진이 장착되고 있지만 소형차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했다.

현대ㆍ기아차가 폭스바겐 추월에 본격 나선 것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유럽 시장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경쟁사들이 위축될 때 역발상으로 이를 정면 돌파해나가겠다는 정 회장의 '뚝심경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15.4%, 22.8% 높게 잡았다. 정 회장이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폭스바겐 추월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듯이 현대ㆍ기아차가 중장기적으로 폭스바겐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제시한 유럽시장에서의 역발상 경영과 이를 통한 폭스바겐 추월이라는 방향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차급별로 폭스바겐과의 경쟁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관련기사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소형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 개발에 나선 이유는 유럽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폭스바겐을 넘기 위해서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근 엔진 다운사이징(배기량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것)을 통한 소형차 개발이 화두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의 엄격한 환경 규제와 고유가로 인해 이에 대비한 '스마트카' 개발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소형차 비중은 오는 2013년 5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차 시장을 장악하지 않고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결국 현대ㆍ기아차는 이 타킷으로 폭스바겐을 삼고 소형 GDI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소형 GDI 엔진이 처음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는 뉴 리오는 기아차가 유럽을 겨냥해 만든 소형차로 1.25와 1.4 가솔린, 1.1과 1.4 디젤 등 네 가지 모델로 세단과 해치백이 출시 중이다. 뉴 리오는 지난해 출시돼 현대ㆍ기아차 유럽 공략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뉴 리오의 유일한 약점으로 고성능 라인업을 꼽고 있다. 최근 1.6 터보 GDI 엔진까지 개발한 현대ㆍ기아차가 더 작은 차급에 장착될 터보 엔진을 개발하려는 이유다. 그 시작으로 GDI 엔진을 개발해 터보차저 기능까지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유럽 파워트레인 개발 담당자인 호아킴 한은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리오 해치백에 터보차저 기능을 결합한 GDI 엔진을 장착해 폭스바겐의 폴로 GTI와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넘기 위한 폭스바겐의 대표 소형차 모델은 폴로다. 폴로는 바로 위 등급의 골프와 유사한 모양의 해치백 소형차로 골프와 함께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로 인기가 높다. 유럽뿐 아니라 '작은 차'를 선호하는 이웃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에서도 출시를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꼭 들여오고 싶은 모델"로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모델이다.

폴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4개의 가솔린 엔진과 3개의 디젤 엔진 등 총 7개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급의 현대차 i20나 기아차 뉴 리오도 가솔린 2종, 디젤 2종으로 경쟁하고 있고 힘이나 연비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고성능 라인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GDI 엔진을 우선 개발하고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터보차저 기능까지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그 최초의 모델이 뉴 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경쟁자로 삼은 폭스바겐의 고성능 소형차는 폴로의 고성능 버전인 GTI다. 폴로 GTI는 1.4 TSI 터보슈퍼차저 엔진에 7단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해 180마력의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도 연비가 리터당 17㎞에 육박한다. 현대ㆍ기아차가 1.4 GDI 엔진에 터보 성능을 결합하고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달게 되면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엔진이 완성되면 현대차의 i20나 기아차 신형 씨드 등에도 장착될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일부에선 1년 내에 1.4 터보 GDI 엔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라 일러야 내년 하반기쯤에 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현대ㆍ기아차는 준중형 차급에서는 신형 i30가 골프와 경쟁한다. 지난해 선보인 신형 i30는 출력과 연비가 기존 모델에 비해 크게 개선되고 디자인을 비롯한 편의기능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보고 "우리는 왜 이렇게 차를 못 만드냐"고 놀랄 정도였다. 유럽 전략형 차종으로 새롭게 선보인 i40도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