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지난 2006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를 6억원에 매도했으나 양도소득세할 주민세 1,029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채 국외로 이주했다. 이씨는 국외 이주 후 곧바로 국내에 들어와 고급외제차인 벤츠를 구입하는 등 3년여간 체납된 지방세를 내지 않고 강남에서 호화생활을 누렸다. 서울시는 자치구와 합동으로 이씨를 추적한 끝에 이씨의 벤츠를 압류해 체납세금 전액을 환수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벤츠를 구입하면서 외국인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과세관청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지방세를 체납한 채 국외로 이주한 체납자 1만6,818명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등록번호로 신분을 세탁한 뒤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1,097명에게서 체납세금 13억원을 징수했다고 20일 밝혔다.
국외 이주 체납자의 경우 주소지나 연락처가 파악되지 않아 세금납부를 독려할 수 없는데다 설사 연락처를 파악하더라도 독촉장 수령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세납징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는 국외 이주자의 세금징수를 위해 이들의 외국인등록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총 4,455명이 외국인등록번호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본인 소유 재산이 확인된 국내 거주 1,097명이 우선 징수 대상이 됐다. 외국인등록번호도 주민등록번호처럼 앞자리가 생년월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한 뒤 보유 재산을 압류한 것이다.
또 다른 체납자 오모(55)씨도 국내에서 취득세와 자동차세ㆍ주민세ㆍ면허세 등 무려 41건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시는 오씨의 아버지가 한 외국인에게 재산을 상속했다는 사실에 착안, 이 외국인의 외국인등록번호와 오씨의 주민번호를 대조해 두 사람이 동일 인물임을 확인한 뒤 687만원의 체납세를 징수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1만6,818의 국외 이주 체납자가 425억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며 거주국별로는 미국이 1만1,722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3,363명), 기타(1,683명)으로 뒤를 이었다.
시는 이번에 파악된 명단을 기초로 징수 활동을 계속하고 국세청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연금공단 등 다른 기관에 국외 이주자의 체납세금 징수방법을 전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