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개별생존으론 눈덩이 빚 줄이기 한계

■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합병안 왜 나왔나<br>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노조 반발이 최대 변수<br>단계적 추진 가능성 커


맥킨지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를 합치는 방안을 서울시에 보고하기로 한 것은 합병을 하지 않고는 채무 감축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맥킨지는 서울시로부터 메트로와 도시철도에 대한 경영진단을 의뢰 받고 처음에는 각자 생존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달 초 맥킨지가 도시철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한 컨설팅 보고서 초안에는 역무원 2,000명의 아웃소싱과 역내공간에 세탁소와 구두수선점을 입점시켜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대안은 도시철도의 독자생존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이미 도시철도 내부에서도 도입했다 실패했거나 현실성이 떨어져 폐기됐던 것들이다. 도시철도 내부에서는 맥킨지의 이름값 치고는 너무 부실한 보고서가 아니냐는 비판이 즉각 나왔다.

이 때문에 맥킨지는 최종 보고서에서 두 기업의 통합을 전제로 생존전략을 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다만 노조 반발과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해 급격한 합병보다는 단계적인 합병 방안을 제시했다.

단계적인 합병 방안으로는 초기에는 두 공기업 체제는 유지하고 대신 지하철 관제소나 시설유지ㆍ보수, 콜센터 등 양사의 공통업무를 우선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도 간부회의 때 비용절감을 위해 양사의 공통업무는 통합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해온 사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8호선은 서울지하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회사로 분리 운영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헷갈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최소한 공통업무나 디자인 같은 부분은 통일해서 가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통업무만 통합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 등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메트로 측 관계자는 "시설유지 보수 등의 공통업무를 통합해도 인력감축 효과는 3%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 있다"며 "막대한 부채를 줄여 정상화를 하기에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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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맥킨지는 장기적으로 메트로와 도시철도를 통합하거나 일반 지주회사처럼 두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직을 신설하고 그 밑에 각각의 최고경영자(CEO)를 두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맥킨지의 보고서를 받아보고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한 후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두 회사의 부채를 생각할 때는 합병을 통해 인력을 감축해야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 도시철도의 경우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행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그러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 두 회사가 합병할 때는 노조의 반발이 변수가 되는데 지하철노조의 경우 강성으로 이름나 있고 여차하면 지하철을 세울 수도 있어 쉽게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완전통합을 당장 시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내년 6월 박 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선언을 한 만큼 노조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어서 완전 통합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 간 직급불균형도 통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도시철도와 메트로는 같은 일을 하는 회사지만 승진 등 직급체제에 큰 차이가 있다"며 "두 회사의 노조는 이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다"고 말했다. 노노 갈등을 내포한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침체로 매년 세입결손이 생기는 마당에 어마어마한 부채를 그대로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시장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채무감축이어서 서울시가 대규모 채무감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결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두 회사가 통합돼도 현업인력을 크게 줄일 수는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 대상은 본사의 고위간부들이 될 가능성이 커 의외로 노조 반발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공기업이 합병하면 지난 1994년 지하철 5호선 운영을 위해 도시철도가 만들어져 분리운영된 지 20여년 만이다. 또 자산규모 12조원, 인력 1만5,000명의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에 따른 갈등 없이 인력 구조조정만 제대로 이뤄지면 채무감축을 통해 경영건전성이 회복되고 이를 통해 1~8호선을 동시에 운영하는 노하우 등을 해외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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