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없던 시절, 해가 지면 동네는 암흑 천지였다. 여름철 저녁을 먹을라치면 호롱불 하나로 밥상을 비추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러니 저녁밥은 어두컴컴한 방보다 마루에서 먹기 일쑤였다. 전기가 들어오던 날, 밤새 잠 못 이루며 뒤척이다 어머니한테 꾸중 들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혼자뿐일까. 이게 40여년 전 우리네 모습이다.
전기의 소중함과 그 가치는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허나 요즘 폭염 중에도 서늘함을 느끼는 장소가 많다.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는 세계 7대 석유소비국이며 4대 원유수입국이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수입에 667억달러나 썼다. 수출 1ㆍ2위 품목인 반도체(300억달러)와 자동차(295억달러)의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결국 주력상품을 다 팔아 에너지를 수입해오는 식이다. ‘에너지 전쟁시대’라는 지적을 한 귀로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원민족주의의 파고가 거세지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전기를 ‘물 쓰듯’ 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초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인식, 원전 건설을 추진해 78년 4월 고리원자력1호기가 준공된 후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으로 도약했다. 원전 덕택에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양질인 전기를 공급,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해왔다.
국민들은 아직도 ‘설마 전기가 어떻게 되랴’는 타성에 젖어 있다. 전등 하나 더 끄고, 지나친 냉방을 자제하는 등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절약의 생활화가 아쉽다. 여름철 이상고온시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 14기를 가동해야 할 정도다.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날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 소비는 전체의 4분의1에 해당된다. 말 그대로 엄청난 전기를 쓰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로서 해답은 분명하다. ‘절약이 곧 생산’임을 인식하고 에어컨 온도를 1도만 올린다면 84만㎾의 전기를 절약, 약 2조5,000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원자력발전소 1기를 덜 짓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기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50년대 농업국가로 돌아가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전기 절약 캠페인’을 벌이며 전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는 한다. 그러나 1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을 맞아 에어컨보다 선풍기를 사용해 전기 절약을 생활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