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는 끝났다… 이젠 경제활성화에 힘 모을 때

표심, 세월호 정부 여당 책임 냉정히 물어

대안 부재의 유권자 고민도 함께 드러나

전국 1만3,600여 투표소에서 4일 일제히 치러진 제6회 동시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민심은 선거 결과에 총체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10시반 현재 개표방송 집계에 따르면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9곳,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을 비롯한 8곳에서 각각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인천·강원·충북 등에서는 양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세월호 사고와 대응과정에 대한 평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임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던 유권자의 고민이 드러난 결과였다.

민주사회의 선거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출발부터 뒤틀리며 과거회귀적인 '심판 프레임'으로 급변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터진 세월호 참사로 선거판 전체 분위기가 박근혜 정부 심판론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선거는 18대 대선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중간평가의 성격을 부여하며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새누리당이 패배할 경우 세월호 참사로 이미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진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부터 정국 주도권을 상당 부분 내주면서 국정과제를 원만히 추진하기 어려워져 사실상 '레임덕'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반면 대선과 총선에서 패한 야권이 지방선거마저 무기력하게 내준다면 통합효과가 조기에 소멸해 계파 갈등과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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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월호 사고 전만 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를 넘어 야권 스스로 중간평가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는 데 부담이 크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는 선거국면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야권의 세월호 책임론과 정부 심판론이 호응을 얻으면서 여권도 결국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 대통령 지지 여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을 수 없기에 역사와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잘못되고 무능한 국가권력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야당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대통령이 대단히 힘들어하시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면 안정된 국정운영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정국 주도권의 상당한 몫이 야당으로 일정 부분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밝힌 정부조직 개편과 관료사회 적폐 척결 등 개혁정책은 야권의 문턱을 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일방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 스스로 야당의 문을 노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판 전체가 세월호로 쏠리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지역과 민생 이슈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부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더라도 일자리 창출과 주거· 교통 문제, 복지, 지역개발 등 민생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민생과 경제 공약이 실종되면서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 선거 결과에도 이런 유권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상 유례없는 박빙 표심은 '대안부재'의 상황에서 세대와 지역을 떠나 유권자의 고민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와 민생을 위해 국론을 한데 모아야 하는 것이 여(與)든 야(野)든 우리 정치권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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