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 경제상황과 한·러 관계/세르게이 쿠다소프(서경논단)

러시아는 아직도 많은 한국인에게 정치와 경제가 불안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사정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러시아의 정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지난 96년 7월 재선된 이후 안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옐친 건강에 대한 우려도 심장 수술이 성공하면서 사라졌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직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일부 개혁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러시아 경제상황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91년 이래 국내총생산(GDP)은 3분의 1만큼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이다. 러시아 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프라도 뒤떨어지지만 잘 훈련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 ○러 경제 회복세 뚜렷 지난해 경제 성장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OECD가 2%, 러시아 정부가 2.5%, 세계은행이 3%로 각각 전망하는 등 러시아경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95년 7월부터 실시된 고정환율제 이후 루블화는 급격한 변동을 피하게 됐고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약 1백50억달러다. 러시아와 한국의 경제관계는 지난 91년 외교관계 수립이후 상당한 진전을 보여왔다. 양국간 무역은 97년 1월 36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아직 저조하다. 97년 1월 현재 한국의 러시아 누적 투자액(승인기준)은 이미 실행된 1억달러를 포함, 1억9천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가들은 러시아가 불안하고 임금이 높고 세금체계가 불확실하며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지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기업 투자 미흡 그러나 한국기업가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다. 이미 1억달러를 투자한 현대그룹은 올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비즈니스센터 개소식을 열 것이다. 롯데그룹은 모스크바에 4억달러 규모의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한국토지개발공사는 나홋카 근처에 한국의 기술공업단지를 조성키위해 러시아 연방, 지방정부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국간 유망한 협력분야는 이르쿠츠크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다. 한국은 이미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고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천연가스를 다량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도 한국기업의 현재 러시아 투자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아직 러시아진출을 꺼려하고 있으며 좀 더 좋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광대한 사업기회를 고려할때 그같은 접근은 옳치 못하다. 새로운 시장인 러시아는 현재 세계 도처에서 눈독을 들이면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 서방기업들보다 한국업체들은 러시아시장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러시아의 국내수요가 큰 데도 불구, 한국업체들은 러시아에 공장을 세우지 않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기아나 현대자동차의 방식은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 이같은 접근은 한국측이 실제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러시아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측이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금융회사들은 러시아 금융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 주식시장이 외국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익성 높은 신흥 금융시장인 러시아에 동방과 서방의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한국 금융기관은 러시아 주식과 채권에 7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주식시장은 한 나라 경제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다. 러시아 주식시장이 외국투자가들에게 점점 더 매력있는 장소로 부각되면서 러시아 경제는 그만큼 견실해져가고 있다. ○경협공동회의 성과 지난 7,8일 한·러 수교때 설립됐던 한·러 정부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는데 양국 경제·무역 투자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이 공동회의 결과를 보면 첫째로 한·러 정부의 대표들이 러시아 극동 나홋카 자유경제구역에 한국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정부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한국토지개발공사는 앞으로 3년간 한국업체의 공단진출을 돕기위해 2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둘째는 공동위에 참여했던 양국 대표들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에 한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참가시키기로 합의했다. 셋째는 양국 대표들이 공동위에서 건설분야에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서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한국측이 러시아 건설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양측은 한국의 대러시아 차관상환문제에 대하여 협상했는데 러시아는 계속 알루미늄, 우라늄, 헬기 및 군사물품으로 차관을 상환하기로 합의했다.<노보스티 통신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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