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의 기를 살려야 경제난국 이겨낸다


대한민국 경제가 총체적인 위기다. 국내 경기가 급속히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2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연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최악의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고용시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청년 체감실업률이 20%를 웃돌며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처럼 언제 우리 경제를 덮칠지 모른다. 넘쳐나는 자영업자들의 줄폐업 사태는 이미 눈앞의 현실로 다가섰고 기업들은 쌓이는 재고부담과 수익성 악화에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그리스 채무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끝을 헤아릴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는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까지 가세해 주변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경기마저 예상보다 감속하면서 세계경제를 무겁게 짓누른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전면에 부상해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경제가 흔들렸던 우리나라는 때마침 대선을 맞아 정책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저출산ㆍ고령화가 겹쳐 저성장 구조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31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184개 국가의 평균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웃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유로존도 잃어버린 10년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 전후 폐허에서 맨손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기적은 사라지고 미증유의 시련과 고통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터널에서 멈춰서는 조로화 증세로 성장엔진이 꺼지는 순간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나라 전체적으로 활력을 잃어 미래에 대한 자신감마저 꺾인다.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야 할 판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경제성장을 외면하고 온통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하면서 포퓰리즘에 빠져 있으니 앞이 캄캄하다. 성장 없는 분배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결국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이끈다는 것을 유럽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도 대선주자들은 경제성장과 미래 비전을 위한 진지한 담론은커녕 인기를 노리고 기업들을 때리는 반경제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무책임한 공약들은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국가재정의 부실을 깊은 수렁으로 이끌 참이다. 성장이 가라앉고 국가재정이 파탄하면 민생은 벼랑 끝에 선다는 사실은 역사가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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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고 미래 먹거리를 찾을 방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데 역주해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가다듬는 것이다. 기업들의 기를 살려 성장동력을 북돋우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어떻게 기여할지를 물어야 한다. 이런 화합적 과정을 통해 기존의 한국형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낼 수 있는 역량을 우리는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차원의 경제활성화가 필요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감세정책과 자유무역을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삼아 국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고 글로벌 산업기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찾는 일도 급하다. 교육이나 의료ㆍ금융ㆍ법률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분야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고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기존 주력산업 이외에 에너지 플랜트 같은 신성장산업을 키워 미래동력으로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틀이 바뀌고 있는 만큼 노동의 질을 끌어올리고 기술을 혁신하는 등 생산성이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의 각오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도 필요하다. 수익성을 갖추도록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중동이나 남미 등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구조개혁과 동시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장잠재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면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물러난 후 선진국에 성큼 다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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