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으로 시장 금리가 출렁거리면서 금융회사들의 손익 계산도 분주하다. 은행과 보험사 모두 저금리에 따른 수익 악화로 고충을 겪는 상황인데 금리 변화가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의 경우 금리 상승 국면에서 통상 대출 금리가 수신 금리보다 빨리 오르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겠지만 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 부실이 커질 수 있어 여파를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로 국고채에 투자하는 보험사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역마진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은행, 채권 부실화 우려=상당수 은행들은 최근 한 달 새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인 적격대출의 금리를 0.4%포인트 올렸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이에 연동되는 상품부터 금리를 따라 올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수협을 비롯해 씨티은행 등은 지난 4월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는 0.5%포인트 올렸다. 수익 악화가 일차 원인이지만 시장 금리 상황에 선제 대응한 측면도 없지 않다. 향후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면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수신상품의 주류가 1년짜리 단기 상품인데 비해 대출은 변동금리상품이 많아 최근 장기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수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채권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 및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예대마진이 커지는 것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채권을 들고 있는 은행의 경우 자본 손실이 우려되고 외화자금 사정도 타이트하게 바뀌어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금리 변동의 속도다. 임 박사는 "금리의 상승 흐름이 빠를 경우 금융회사의 대응이 힘들어질 수 있어 정책 당국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 호재지만 저금리 스탠스 필요=국내 생명보험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3.24%까지 떨어졌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0.84%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4% 후반까지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금리 상승은 자산운용의 여지를 넓혀줘 호재다.
다만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산 중 일부를 시가평가제가 적용되는 중도 매각 가능 증권으로 바꿔 금리 상승이 오히려 자본을 줄여놓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박사는 "채권 금리가 올라가 2차 역마진 쪽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저금리에 맞춰 만기부증권을 중도 매각 가능 증권으로 바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향방은 아직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저금리 스탠스를 버려서는 안 된다"며 "투자 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면 위험 부담이 크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