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對美 IT수출 등 경쟁력 급락

■ 원·엔 환율 900원대 붕괴<br>엔화보다 원화 약세속도 느려<br>달러 강세속 수출업체 달러 선매도<br>하이닉스 물량등 처리 이번주가 고비


원ㆍ엔 환율이 슬금슬금 떨어지더니 급기야 마지막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900원대까지 무너졌다. 원ㆍ엔 환율의 황금비율이라는 ‘1대10(100엔당 1,000원)’은 이제 먼나라 얘기가 됐다. 1대9는커녕 자칫 최악의 그림으로 인식됐던 ‘1대8’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이다. 미국 등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IT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원ㆍ엔 왜 떨어지나=원ㆍ엔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9년 100엔당 1,1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1월3일 100엔당 1,009.01원이었던 점과 비교해도 불과 10개월여 만에 1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원화는 약세가 워낙 느리게 진행되거나 오히려 강세 기조마저 띠고 있는 탓이다. 엔ㆍ달러 환율이 10원 올라갈 동안 원ㆍ달러 환율은 5원밖에 올라가지 않으니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통화간의 수급이 맞지 않고 있다. 행복한 비명처럼 들리지만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잘되면서 달러 공급이 많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희남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최근 중공업 업체들을 중심으로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차원에서 달러 선물환을 미리 매도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주부터 나타난 하이닉스반도체의 달러 물량이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 급락=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원ㆍ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품목의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ㆍ4분기 중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무선통신기기(44.6%)와 반도체(23.7%), 자동차(9.8%) 등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일본의 대미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가 4.5%와 11.4% 늘었고 반도체 수출 감소율도 15.4%로 우리보다 훨씬 적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계속 늘고 있어 전체적인 수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우리의 수출구조에는 조금씩 문제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주가 고비=최 과장은 “미국이 금리를 또 올릴 것으로 보이고 이 경우에도 우리 수출업체들이 달러 강세 기조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달러를 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도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원ㆍ엔 환율도 지금과 같은 하락기조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여기에 이번주면 하이닉스 물량도 처리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다소 안정을 찾더라도 1대9 언저리에서 크게 위로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기업들로서는 이래저래 부담요인만 늘어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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