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소식에 미국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힌 뒤 도하개발어젠다(DDA)보다 폭 넓은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익반영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장 미 업계는 2일 ‘한미 FTA 비즈니스연합’을 공식 발족, 통상공세에 돌입했다.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한미 FTA가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또 한국의 서비스ㆍ농업 분야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양국 정부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시장개방에서) 제외되지 않는 포괄적이고 실용성 있는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미제조협회는 “한국에는 미국 수출품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며 국내 경제규제를 미국식으로 개정할 것도 주장했다.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 역시 협상대상이 종전 FTA보다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협상 분야는 20~22개 정도로 한ㆍ칠레 FTA보다 많을 것”이라며 “지적재산권ㆍ환경ㆍ노동 등의 분야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주력 요구사항 중 하나인 자격증 상호인증도 정부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모든 전문직의 상호인증ㆍ개방은 어려울 것이나 제한된 의미에서 상호 자격인증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미 재계는 FTA라는 경제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포함시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윌리엄 로즈 한미재계회의 미국 측 회장은 한미 FTA가 미국으로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임을 지적하며 양국간 협정이 “양국간의 경제ㆍ정치관계를 더욱 확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목소리로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농업뿐 아니라 미 제품 수출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비자 면제 ▦농업 분야 양허 제외 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무엇인가에 쫓기듯 한미 FTA 협상에 돌입, 미국에 이미 약점을 보여 협상과정에서 우리 측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