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노조간부 강제연행] 금융권 구조조정 '태풍의 눈'

09/15(화) 18:55 「진로를 알 수 없는 태풍의 눈」. 금융구조조정이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사간 극한대립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특히 15일 은행 감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조간부들의 강제연행이 경우에 따라 금융권 구조조정의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감원한파 속에 「당하고만」 있던 은행원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은행권에 총파업 움직임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점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협상이 사실상 노조원들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 은행 감원의 열쇠는 현재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는 부실은행에 대한 지원조건으로 대규모 인원감축이 담긴 경영정상화 이행각서(MOU)를 요구했다. 은행의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의 방침대로 40~50%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해당 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은행 감원은 은행장들의 권한 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노조원들이 은행장을 상대로 철야 협상을 했다. 또 은행장들을 20시간동안 회의장에 잡아놓았다. 어떻게 보면 노조측은 이미 자신들의 강제연행까지 예상된 수순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맥락에서 노조간부들의 강제연행을 명분으로 축적한 노조측의 다음 행동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한적 총파업도 배제키 힘들다=금융노런은 이제 자신들의 행동반경이 어느때보다 넓어졌다. 최악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총파업에 들어갈 명분도 마련했다. 물론 과제는 있다. 15일 노조간부의 강제연행사건의 파장은 앞으로 크게 세가지 갈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선 금융노련이 독자적으로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다. 이는 총파업의 구심점을 누가 잡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게 지배적 전망이다. 은행들마다 각기 이해가 다르고, 설사 생존문제가 걸려있다해도, 은행원의 속성상 타협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총파업 자체가 갖는 상징적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앞으로 정리해고 범위와 퇴직 위로금 등을 얻어내는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노동계가 전체적으로 덤벼들 경우다. 비록 금융노련이 민노총계열은 아니지만, 당장 금융노련 노조원들이 연행된 상황에서 이를 민노총이 좌시할리 없다. 이 경우 현대자동차의 총파업에 버금가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리방법 등을 둘러싸고 접점찾기에 나설 것이다=일단 노조와 은행 양측은 감원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단 그 범위와 방식을 어떻게 찾느냐가 과제인 셈이다. 우선 정리방법. 은행들은 현재 정리대상 1순위로 사내커플, 징계자, 봉급가압류자, 미승진자 등을 해고 1차 순위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느 기준에서 이를 마련하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퇴직 위로금도 마찬가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는 현재 3개월분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은행들은 6개월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12~15개월치의 임금. 실제 보람은행도 12개월치의 위로금을 줬다. 이는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자연스런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 견해다. ◆조속한 해결이 없을 경우 구조조정 자체가 삐걱거릴 수 있다=은행 감원은 크게 보아 금융권 구조조정의 가장 큰 줄기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구조조정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자연 정부측도 조속한 매듭을 원한다. 예상을 뒤엎고 15일 오전 전격적으로 강제연행에 나선 것도 정부측의 기는 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은행 노조원들도 무기한 시간끌기는 원치 않고 있다. 15일 농성중이던 모 은행노조 관계자는 『문제는 명분 쌓기다. 은행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어찌보면 구조조정의 최대 피해자인 은행원들이 이대로 물러날 경우 은행원들의 존립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측의 당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칫 노사간 극한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구조조정 자체가 차질을 빚으면서 대외신인도가 급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노사간 대립이 제2의 현대자동차 사태로 비화, 한국에서의 구조조정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다. 【김영기 기자】 <<'남/자/의/향/기'(19일) 무/료/관/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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