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C 행장 교체… 소매금융 축소… 다른 외국계도 매각설 재부상

■ 시련의 외국계 은행

HSBC·씨티 이어 현지화 실패… 지주는 해체해 은행에 합병

점포 폐쇄·구조조정 불가피… 차기 수장 박종복 부행장 내정

칸왈 前 행장

박종복 차기 행장


아제이 칸왈(사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이 임명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다. 차기 행장은 한국인으로 바뀐다. 박종복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C는 행장 교체와 함께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의 전략을 바꾼다. 한국SC는 소매금융을 대폭 줄이고 기업 금융 중심으로 간다. 이에 따라 점포 추가 폐쇄가 불가피하고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칸왈 행장의 퇴진과 지점 축소는 지난해 HSBC, 올해 한국씨티은행이 올 상반기 대규모 구조조정과 지점 축소를 한 데 뒤이은 일이다.

일부에서는 일부 외국계 은행들의 매각설도 다시 등장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현지화에 실패한 외국계 은행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SC 본사는 아시아 시장을 중국과 대만·마카오·홍콩 등 4개국을 아우르는 '범중화권 본부(Greater China)'와 한국과 몽골·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지역본부로 나누는 한편 동북아시아 본부 최고경영자(CEO)와 한국 SC은행장을 겸임 중인 칸왈 행장에게 지역 책임자만 맡기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칸왈 책임자가 지역본부만 맡을 경우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상임 이사직을 맡도록 했다.

행장은 한국인인 박 부행장은 맡는다. SC그룹이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첫 한국인 행장이다.


이런 조치는 현지화 실패에 따른 경영악화와 한국 소매시장에서의 공급 과잉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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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계 관계자는 "SC그룹은 줄곧 외국인을 행장으로 뒀는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다 보니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며 "후임 행장을 한국인으로 교체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2,466억원이었던 SC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666억원으로 떨어졌고 올 상반기 3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SC그룹은 행장 인사와 더불어 이번달 말께 자회사 경영 악화로 유명무실한 SC금융지주를 해체, SC은행에 합병하는 내용의 조직 체계 개편안을 발표한다.

한국SC그룹은 이미 자회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털을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편드서비스와 증권 등은 은행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SC 측이 소매 분야를 줄이고 기업 금융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추가적인 점포 폐쇄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지주와 자회사를 합병하면서 중복 부서 인원 등이 조정되고 점포 폐쇄에 따른 인력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SC는 이미 올해 50개의 점포를 줄이기로 하고 상반기 29개 점포를 폐쇄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이미 시행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SC그룹이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완전히 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C에 앞서 씨티은행은 비용 효율화를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을 합병했으며 14일에는 미국 씨티그룹 본사가 한국씨티캐피탈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씨티은행은 이 과정에서 전체 지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56개의 지점 폐쇄를 진행했으며 일반 은행보다 약 1년에서 2년간의 연봉을 더 얹어 주며 650명을 희망퇴직시켰다. 한국 HSBC도 지난해 7월 소매금융 지점을 전부 철수하고 지금은 기업금융 업무를 위한 지점 1곳만 두고 있다.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한때 대두됐던 매각설이 다시 한번 나오고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방은행의 인수설이 나오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소매금융 점포만 매각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산업은행이 HSBC 소매금융 점포와 SC은행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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