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괘씸죄

미국의 한 유명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책을 통해 “성공하려면 절대 윗사람을 당혹스럽게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회사를 몇 년 다니다 보면 직장인들은 감각적으로 안다. “설사 바보 같은 상사라 하더라도 윗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슬쩍 건넨 한마디를 아랫사람이 무시하면 상사의 머릿속에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괘씸한 놈이 있나….”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말은 “그래… 언젠가 한번 본때를 보여주겠어”다.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을 둘러싸고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취임 6개월 만에 낙마한 것이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문법 후속조치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청와대 측의 이유가 따라붙었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문화부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래서인지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번 일을 ‘괘씸죄’와 연결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청와대 측은 유 전 차관과 아리랑 TV 부사장 인선 문제로 여러 차례 통화를 한적은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인사 협의였을 뿐 압력이나 청탁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른바 회사 ‘짬밥’을 먹은 사람들은 권력의 계단에서 위에 있는 사람이 은근 슬쩍 건넨 한마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안다. 깃털처럼 가벼운 말 한마디라도 인사와 관련된 것이면 당사자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서 “인사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초고강도 직설화법을 언젠가 날렸었다. 유 전차관의 경질 이유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 정권의 독선이 군인의 권위주의 통치시대보다 더하다고 혀를 찬다. 그 이유가 ‘코드’이든 ‘역사 바로잡기’이든 독선의 결과는 타인의 ‘외면’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윗사람을 당혹스럽게 한 죄로 본때를 맛봐야 한다면 어떤 공직자가 소신을 갖고 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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